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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세계 최대 광산 기업인 호주 BHP가 영국 광산 기업 앵글로아메리칸에 제안한 세 번째 인수 협상도 결렬됐다.
22일(현지시간) CNBC,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BHP는 앵글로아메리칸 주식 1주당 약 29.34파운드의 인수가격을 제시했으나 앵글로아메리칸은 이를 거절했다. 제시 가격은 회사 가치를 386억파운드(약 67조원)로 평가한 것으로, 2차 제안 때보다 약 14% 올린 수준이다.
이번 제안에는 앵글로아메리칸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금과 철광석 광산을 정리해야 한다는 기존 조건도 포함됐는데, 이는 앵글로아메리칸 측이 너무 위험하고 복잡하다고 반대한 부분이다.
다만 두 회사는 협상 시한을 일주일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스튜어트 체임버스 앵글로아메리칸 회장은 런던증권거래소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이사회는 BHP의 최근 제안을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 앵글로아메리칸의 주주들에게 전달되는 가치에 대한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며 “만장일치로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사회는 이 사안에 대해 BHP 및 고문들과 계속 참여할 의향이 있다”며 “이사진의 동의에 따라 협상 기한을 일주일 연장할 것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BHP는 지난달 앵글로아메리칸에 311억파운드(약 53조5000억원)에 인수를 제안했으나 퇴짜를 맞았고, 이달 초 인수가를 340억파운드(약 58조5000억원)로 약 9% 높여 재협상에 나섰지만 또다시 거절 당했다. 앵글로아메리칸은 BHP가 “회사 가치와 미래 전망을 상당히 저평가하고 있다”고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연이은 협상 결렬에도 BHP가 앵글로아메리칸에 계속 눈독을 들이는 것은 구리 산업에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구리는 전기차, 전력망, 풍력 터빈 등 여러 산업에 두루 쓰이는 광물로, 에너지 전환기를 맞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앵글로아메리칸은 칠레와 페루에 대규모 구리 광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가 확대되고 인공지능(AI) 열풍이 불면서 경쟁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BHP는 2001년 호주 BHP와 영국 빌리턴이 합병해 탄생한 세계 최대 광산 기업으로, 최근에는 기존의 가스나 석탄 사업 중심에서 벗어나 구리, 니켈 등의 광물 채굴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BHP는 현재 약 120만t의 구리를 생산하는데 앵글로아메리칸의 생산량 약 83만t을 더하면 세계 생산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구리 생산업체가 된다.
CNBC는 “이번 인수 공세로 10여 년간 잠잠했던 광산업계에 초대형 인수 거래(메가딜)가 돌아올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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