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원가 40% 차지하는 핵심 부품
완성차·배터리기업 차세대 배터리 협업
한중일, 전고체 배터리 양산 속도전
3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서 소개된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 [삼성SDI 제공] |
중국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장악을 저지하기 위한 각국의 견제가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중·일 대표 기업들의 ‘차세대 배터리 패권 경쟁’ 결과에도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으로, 주행거리 등 주요 성능을 결정짓는다.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두루 갖춰야 하기 때문에 전기차 패권 경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꼽힌다.
30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EV와 PHEV 합산) 판매량은 지난해 1407만3000대로, 2022년 대비 33.5% 증가했다. 올해 판매량은 1641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절대적인 판매 대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성장률만 놓고 보면 계속 내리막길이다. 2021년, 2020년 대비 성장률 109%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56.9%, 2023년 33.5% 기록했다. 올해는 16.6%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전기차용 배터리의 성장세도 주춤하고 있다. 2021년에는 2020년 대비 성장률 107%를 기록했으나, 2022년 69.3%, 2023년 38.8%로 줄었다. 올해는 16.3%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 내 ‘얼리어답터(제품이 출시될 때 가장 먼저 구입하는 소비자군)’가 고갈되고 충전 인프라 부족, 높은 가격 등이 장벽으로 작용하며 당분간 ‘캐즘(대중화 전 수요 정체기)’의 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전동화로의 변화가 거스를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SNE리서치는 “2025년 이후 환경 규제 강화, 전기차 신모델 출시 및 가격 인하 확산에 따른 구매 여건이 개선되며 성장세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완성차·배터리 업체들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력을 확보해 ‘캐즘 이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 주목하는 분야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다. 현재 전기차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가 액체 진해질로 채워져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로 이뤄진 전해질을 사용, 화재 위험을 낮출 수 있고 주행거리 향상과 충전 시간 단축이 가능하다.
국내 ‘배터리 빅3’ 가운데 전고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삼성SDI는 지난해 말 ‘전고체 배터리 프로토타입 샘플’을 생산하고, 이 샘플을 세계 완성차 업체에 납품해 공동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2027년부터는 테스트를 마치고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SK온은 2025년까지 대전 배터리 연구원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2028년 상용화 시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며,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을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으로 잡고 있다.
완성차 기업과의 협업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내외 배터리 업체들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동시에 자체적인 배터리 설계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2021년 11월 현대차그룹-서울대 배터리 공동연구센터 설립을 통해 전고체·리튬메탈 등 차세대 배터리를 연구 중이며, 올해 경기 의왕시에 차세대 배터리 연구동을 완공할 계획이다. 이곳은 차세대 배터리 개발 가속화를 위한 통합 랩으로 전고체·리튬메탈 배터리의 소재, 셀 설계, 전 공정 및 생산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글로벌 1위 수성에 나선 중국 전기차 기업들 역시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24일 상하이자동차(SAIC)는 2025년 전고체전지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2026년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고체전지를 장착한 신차 출시 시점으로는 2027년을 제시했다.
앞서 중국 광저우자동차(GAC)는 지난달 개최한 ‘2024 테크 데이’에서 “2026년부터 전기차 자회사인 GAC 아이온(Aion)의 전기차 브랜드 ‘하이퍼’ 모델에 전고체전지를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최대 배터리 회사인 CATL은 2027년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으로 보고 있다. 2027년 우선 소량 생산을 시작하고, 이후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편 중국은 2월 전고체 배터리 산학연 협동 혁신 플랫폼(CASIP)을 설립, 국가 단위의 전고체전지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CATL, BYD, CALB, 궈시안 등 자국 내 거대 배터리 기업과 주요 대학이 참여한다.
일본은 글로벌 완성차기업인 토요타가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요타는 지난해 6월 “2027~2028년부터 전고체전지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토요타는 기술력 향상을 위해 지난해 일본의 대표적인 석유화학·소재 기업인 이데미츠 코산과 전고체전지 개발과 양산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발표한 바 있다. 10분 충전으로 1200㎞ 이상의 주행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일본 닛산은 지난달 현지 언론에 요코하마 공장에 건설 중인 전고체전지 파일럿 생산 라인을 공개했다. 닛산은 내년 3월까지 시험 생산을 위한 라인 가동을 시작하고, 2028년 기준 회계연도(2028년 4월~2029년 3월)에 전고체를 탑재한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김지윤 기자
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