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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 공시, 5년 이상 준비기간 필요…2029년 이후 도입해야”
뉴스종합| 2024-06-21 07:52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지난 4월 30일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제도 초안이 공개된 가운데, 기업들의 수용성을 감안해 5년 이상의 준비기간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21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 초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공시기준 의견수렴기관인 한국회계기준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가 대기업은 물론 공급망 내 중소·중견기업에까지 적용되는 만큼 제도 시행 전 충분한 준비기간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제도의 공식 명칭은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공시’로 이는 일반목적재무보고의 일부를 구성하며 단기, 중기, 또는 장기에 걸쳐 기업의 현금흐름이나 자본비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보고기업의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 및 기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1차 적용대상인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상당수가 5년 이상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한경협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103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속가능성 공시제도 도입 시기에 대해 ‘2029년 이후’가 돼야 한다는 기업이 27.2%로 가장 많았다. 현실적으로 ‘공시 자체가 어렵다’는 응답도 2%였다. 한경협은 지속가능성 공시 데이터 중 미래 시나리오에 따른 추정·가정치가 필요한 경우, 관련 시스템 구축 등을 위한 충분한 기간이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아직 선진국에서도 공시기준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고,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기관들의 입장 변화, 반(反) ESG 바람 등 국제적 흐름이 계속 바뀌고 있는 상황을 지적했다. 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한국이 성급하게 공시기준을 확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경협은 지속가능성 공시방식과 관련해 법적 부담이 큰 법적 의무공시보다는 자율공시로 추진할 것을 건의했다. 기업이 부담해야 할 법적 리스크 수준은 법적 의무공시, 거래소 공시, 자율공시 순이라는 분석이다. 자율공시라도 법적 부담을 부여하면 기업이 성실히 공시 할 유인이 충분히 존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코프3 탄소배출량은 공시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기업 인식조사 결과 현실적으로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스코프3 측정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미국의 경우 기후공시규정 초안에 스코프3 배출량 공시를 포함했지만, 글로벌 공급망을 아우르는 배출량 측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반영해 최종안에서 제외한 바 있다.

의견서는 이번 지속가능성공시 초안에 포함된 ‘정책 목적상 공개가 권고되는 항목 들에 대한 추가 공시’는 삭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택 공시 사항(기업이 선택 가능)으로 규정했지만 해당 공시를 하지 않는 경우 그 자체로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데다가 해당 항목들의 경우 국내적인 특수성이 반영된 지표나 글로벌 기준과도 동떨어진 사항들이 포함돼 있어 도입 필요성이 높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경협은 “우리 기업들은 지속가능성 공시 시행 자체에 대해 이미 많은 부담을 안고 시작하는 상황”이라며 “도입 그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는 우리나라의 상황과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활용되고 장기적으로 현장에 안착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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