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선 조정 협상 끝내지 않은 채
집주인에 ‘보상계획의 통지’ 공문
지상권설정등기 요건 강화 우려
주민 이의신청서 모집 제출 앞둬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이상섭 기자 |
재건축 사업이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정부의 토지보상 업무가 진행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에 편입되는 토지들에 보상 업무를 진행한다는 것인데, 노선변경 협상을 마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보상 얘기를 꺼내자 원안대로 사업이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 하는 모습이다. 이에 많은 주민들은 이의신청서를 작성해 제출을 앞두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은 지난달 말 은마아파트 소유자 등을 대상으로 ‘보상계획의 통지’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토지보상법에 근거해 “GTX-C에 편입되는 토지 등의 보상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토지소유자는 감정평가업자 1인을 추천할 수 있다”면서 관련 자료를 부동산원으로 제출하라고 알려줬다. 9월경 감정평가를 거쳐 10월 중에 협의계약을 실시할 예정이라고도 적혔다.
난데없는 보상 소식에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단체 SNS방 등에서 보상에 따른 부작용을 설명하고 서로 이의신청을 동의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열람 마감일인 10일을 앞둔 지난 9일 현재 은마아파트 4400여 가구 중 1900여(43%) 가구가 이의신청서에 동의한 상황이다.
주민들은 ‘토지보상계획에 대한 이의 신청’이라는 글에서 “토지보상법으로 구분지상권설정등기를 하고 보상을 하는 것은 법적 근거없는 재산권 제한이 될 수 있다”면서 “즉시 절차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행자인 현대건설은 곡선반경을 줄여 단지 통과 면적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공표한바 있다”면서 “설계변경을 진행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으며 필요시 전주민들의 의사를 전달할 계획에 있다”고 강조했다.
반대를 하는 배경에는 구분지상권설정등기를 하는 경우 재건축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주민들의 우려도 섞여있다.
구분지상권설정등기 보상액은 과거 사례를 비췄을 때 기만원에 그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또 아파트 토지 등기에 지상권 설정이 표기되는데, 나중 재건축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지상권자인 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할 수도 있어 재건축이 까다로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한 조합원은 “지난해 협의한 노선대로면 은마아파트 한쪽 모퉁이로만 GTX가 지나가는데 전체 아파트에 지상권을 설정하는 것은 과잉재산권 침해로 보여진다”면서 “계속되는 불신에 주민들도 예민해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은마 주민들은 2022년부터 GTX-C 노선 설계안을 놓고 국토부와 대립했다. 삼성역-양재역 구간이 은마아파트 지하를 통과하는 것으로 설계됨에 따라 주민들은 단지 노후화와 과거 부지가 늪지대였던 점을 들어 설계변경을 요구했다. 국토부는 공법상 위험이 없다는 이유로 설계변경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다툼이 심화됐다.
이 같은 갈등은 지난해 8월 환경영향평가 초안 주민설명회 개최 이후 가까스로 봉합됐다. 현대건설이 곡선반경을 최대한 줄여 단지 통과 면적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두 달 후인 2023년 10월 은마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현대건설과 국토부에 각각 제기했던 소송을 취하했다. 서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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