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고 12명에 14억원 손해배상 판결
삼청교육피해자법 따라 보상 받았어도
국가 위자료 청구 가능
서울중앙지방법원[연합]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1980년대 신군부의 계엄 포고 이후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순화교육’이라는 명목으로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자에 대해 국가가 정신적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삼청교육피해자법에 따른 보상과 별개로 정신적 고통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7부(부장 이상원)는 지난 11일 삼청교육대 피해자 12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국가가 피고들에게 합계 14억 38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전두환 신군부는 1980년 ‘사회 정화 및 불량배 소탕’을 명분으로 계엄포고 13호를 발령해 약 6만여명을 검거했다. 이후 약 3만 9000여명이 삼청교육대에 수용돼 ‘순화 정도’에 따라 순화교육을 받고 근로봉사에 투입됐다. 일부는 법무부에 설치된 사회보호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보호감호처분을 받아 보호감호소에 수용되기도 했다.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은 적게는 3개월부터 많게는 3년동안 위와 같은 처분을 육체훈련, 정신교육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 2022년 6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로부터 피해사실을 인정받아 이를 바탕으로 손해배상을 제기했다.
정부는 2015년 시행된 ‘삼청교육피해자법’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일부 원고들은 해당 법으로 보상을 받았고, 보상금 지급 결정이 있던 무렵부터 3년이 지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다. 민법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불법행위를 알게 된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법원은 삼청교육대 설치의 근거가 된 계엄포고 자체가 위헌·위법이기 때문에 국가가 배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계엄포고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국가작용은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계엄포고 적용·집행으로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해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했다.
삼청교육피해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삼청교육피해자법)에 따라 일부 보상을 받았다 해도 손해배상 청구가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삼청교육피해자법은 사망·행병불망된 자, 상이를 입고 후유증으로 사망한 자, 상이를 입은 자로 정의하고 있고 (일부 원고) 유족이 받은 보상 결정은 상이에 대한 장애보상금과 치료비에 국한돼있다”며 “정신적 고통에 따른 손해배상채권과는 구별된다”고 했다.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다는 정부의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계엄포고의 효력과 위법성에 대한 대법원 판단은 2018년경에야 이루어졌다”며 “국가가 소속 공무원을 동원해 생긴 불법행위 피해자가 명예훼손, 실질적 보상 차원에서 보상금을 지급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국가에 대한 위자료 청구가 가능함을 알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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