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PF 구조조정 후폭풍…5대 금융 부실지표 5년 만에 최악
  부실채권 12조원 넘어…고정이하여신비율 4∼7년 최고치 속출

서울 한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PF)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와 관련한 금융권의 부실채권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요 5대 금융지주의 2분기 기준 부실지표가 약 5년 만에 가장 나쁜 수준을 기록하며, 충당금 적립 등 대응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한 거리에 주요 시중은행의 ATM기기가 설치돼 있다.[연합]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분기 기준 고정이하여신은 약 12조3930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여신(2002조4354억원) 대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62%로, 지난 2019년 1분기(0.63%)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높았다. 각사별로는 4~7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5대 금융 중에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이 0.68%로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KB금융은 2018년 1분기(0.70%) 이후, 신한금융은 2017년 2분기(0.72%) 이후 최고치다. 그 뒤로는 농협금융이 0.59%로 2020년 1분기(0.6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0.56%로 집계됐다. 하나금융은 2019년 2분기(0.56%) 이후, 우리금융은 2019년 1분기 지주사 출범 이후 최고치였다.

금융권에 따르면 2분기 고정이하여신이 늘어난 것은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에 따른 재평가, 책임준공형 관리형(책준형) 사업장 재분류 등 영향이 크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 우려)로 세분화한 뒤, 금융사들에 엄격해진 사업성 평가 기준에 따라 부동산 PF 사업장을 재평가하도록 했다.

서울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책준형 토지신탁의 경우 PF 사업장 시공사가 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부동산신탁사에 책임준공 의무가 발생한다. 부동산신탁사가 대체 시공사 선정 등을 통해 기한 내에 준공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부동산신탁사의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수 있어 PF 관련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박장근 우리금융 최고리스크담당자(CRO)는 지난 26일 컨퍼런스콜에서 “NPL이 증가한 것은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책준형 사업장 분류, 고금리 지속에 따른 연체 증가 등이 주요인”이라며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와 관련해 1800억원 정도가 재분류됐고, 책준형 사업장 쪽도 440억 정도가 NPL 쪽으로 분류됐다”고 말했다.

최철수 KB금융 CRO도 “올해 2분기 건전성 분류 기준을 좀 더 빡빡하게 적용했다”며 “상환능력이 있는 차주와 부동산 PF에서도 상황이 안 좋은 사업장을 일부 NPL로 전입시키고 부동산신탁에서 책임준공형 관리형 사업장에 추가적인 신탁 계정대가 나가는 것도 전부 NPL로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의 대출 안내문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5대 금융지주는 부동산 PF와 관련해 이번 분기 추가 충당금도 적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은 부동산 PF에 대한 개별 사업성 평가 등을 통해 2714억원의 추가충당금(충당부채)을 적립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부동산 자산신탁 책준형 관련 1827억원,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관련 886억원이다.

우리금융은 2분기 PF와 관련해 충당금 약 800억원을 쌓았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종금에 430억원, 저축은행에 200억원, 자산신탁 등에 170억원 정도를 적립했다”고 말했다. KB금융은 2분기 부동산신탁에서 쌓은 충당금이 800억원 정도라고 밝혔으며, 하나금융도 PF 충당금으로 408억원을 추가 적립했다.

금융지주들은 부동산 PF 위험을 잘 관리하고 있다면서도 PF 시장에 대한 경계감을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최철수 KB금융 CRO는 “선순위가 95% 이상이고 사업장도 대부분 수도권이라 PF 퀄리티가 우수한 편이지만 PF 시장이 낙관적으로 돌아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금리 인하 속도, 부동산 시장 상황, 정부의 PF 구조조정, 정상 사업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 등이 선결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재신 하나금융 CRO도 “부동산 PF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은행의 부동산 PF가 선순위 PF로 구성돼 있어 추가 부담이 크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아직 소송에 들어간 사업장은 없지만 일부 공정 지연 사업장이 있어 향후 소송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