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낮은 수명문제 해결”…韓 연구진, ‘아연공기전지’ 상용화 물꼬텄다
뉴스종합| 2024-07-31 09:01
이번 연구를 수행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양대 공동 연구팀. 윤기로(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수석연구원, 최준명, 최선진 교수, 김광원 학생연구원, 김홍덕 학생연구원.[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스마트워치, 헬스케어 밴드, 이어 웨어(Ear-worn) 등 웨어러블 디바이스용 에너지 저장장치 수요가 늘면서 아연공기전지가 주목받고 있다.

아연공기전지는 값싼 아연 음극과 물 기반의 전해질, 가벼운 산소를 양극으로 사용해 발화 위험이 없고, 리튬이온전지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아 웨어러블 디바이스용 이차전지의 대안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공기 중 산소를 양극 연료로 활용하기 위해 열린 전극 구조를 갖는 특성상 물이 쉽게 증발하고, 물이 증발하면 전지 성능이 급속히 감소해 상용화에 어려움이 컸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한양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아연공기전지용 복합 겔전해질’ 기술 개발에 성공, 웨어러블 디바이스용 이차전지 상용화의 실마리를 풀었다.

생기원 섬유솔루션부문 윤기로 박사 연구팀과 한양대 최선진·최준명 교수 연구팀은 겔전해질 내부에 고분자 나노섬유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낮은 수명 문제를 해결했다.

아연공기전지는 전해액과 분리막을 대체하기 위해 반고체형 ‘겔전해질’을 사용하는데, 겔전해질 내부에 오랫동안 수분을 유지하는 것이 장시간 구동의 필수 조건이 된다.

이를 위해 일반적으로 친수성 고분자인 폴리비닐 알코올(PVA)을 이온 전달 매개체로 사용하는데, PVA는 물 흡수율이 낮고 수분이 금방 빠져나가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물을 함유한 겔 형태의 다공성 하이드로겔 기술이 개발돼 왔지만, 내부 기공 구조가 불균일해 이온 전달 통로가 효율적으로 형성되지 못 하고, 표면 기공으로 수분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a) 다양한 굽힘 각도에 따른 충·방전 수명 특성 (b) 개발한 아연공기전지를 시계줄에 적용한 스마트워치 구동 사진.[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공]

연구팀은 겔전해질 내부에 자체 중량의 수백 배 물을 흡수할 수 있는 고흡수성 수지 폴리아크릴산(PAA)으로 구성된 나노섬유를 도입해 오랜 난제를 풀었다.

특히 나노섬유를 따라 형성된 수분 층은 이온이 방향성을 가지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연결 통로를 제공하며, 이온의 이동 거리를 효과적으로 단축시켜 235.7 밀리지멘스 퍼 센티미터(mS ㎝-1)의 매우 우수한 이온전도도 값을 보였다.

고흡수성 나노섬유를 도입한 복합 겔전해질을 아연공기전지에 적용한 성능평가 결과 순수 겔전해질 대비 3배가량 향상된 출력 밀도와 60시간 이상의 긴 충·방전 수명을 기록했다.

윤기로 박사는 “아연공기전지 상용화에 필수적인 겔전해질 성능 향상을 위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연구 결과”라며 “향후 안정적인 겔전해질 기술 및 유연소자 개발을 통해 웨어러블 아연공기전지 조기 상용화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연구재단 이공분야 기초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에너지 저장 분야 국제학술지 ‘에너지 스토리지 머티리얼즈’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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