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피의 보복’ 악순환 부르는 중동사태 [이슈&뷰]
뉴스종합| 2024-08-02 11:33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암살 사건을 계기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이란을 비롯한 ‘저항의 축’ 대 이스라엘의 전쟁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란과 예멘, 레바논 등 친이란 세력은 하니예를 암살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예고했고, 이스라엘은 공격 시 맞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중동 지역의 전운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은 이스라엘 방어를 위한 추가 무기 배치 방안 등을 논의해 더 광범위한 대리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일(현지시간) 타스님통신 등 이란 매체에 따르면 모하마드 호세인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이날 테헤란에서 엄수된 하니예의 장례식에서 “‘저항의 축’과 우리가 하니예의 순교와 관련해 정의를 추구할 방법을 검토 중”이라면서 “다양한 조치가 있을 것이며 시온주의자(이스라엘)는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란과 하마스, 팔레스타인 이슬라믹지하드(PIJ), 예멘 후티 반군, 레바논 헤즈볼라,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등 친이란 무장조직이 이스라엘을 겨냥한 보복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테헤란에 집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의 한 고위 관리는 로이터에 “이란과 저항 세력은 테헤란에서 열리는 회의 이후 철저한 평가를 통해 시온주의자(이스라엘)에 대한 가장 좋고 효과적인 보복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최고 국가안보회의를 긴급 소집해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군 통수권자기도 한 하메네이는 확전 시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에 대비한 방어 계획도 세울 것을 지시했다.

친이란 인사들도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이날 연설에서 “이란에서 하니예를 암살하고도 이란이 침묵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며 “우리는 모든 전선에서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으며 확전은 적의 반응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나스랄라의 오른팔인 푸아드 슈크르 사령관은 지난달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사망했다.

저항의 축의 보복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미사일, 드론을 동원한 이스라엘 본토 직접 타격 ▷대리 세력을 활용한 간접적 보복 ▷직·간접적 공격을 모두 동원하는 ‘하이브리드 작전’ 등이 거론된다.

이스라엘도 자국에 대한 공격이 발생할 경우 맞대응을 예고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어느 곳에서든 우리에게 가해지는 모든 침략 행위에 무거운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방어적인 것과 공격적인 것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도 계속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민방위 당국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셰자이아에 있는 한 학교를 공격해 최소 15명이 사망하고 29명이 부상 당했다.

중동 지역의 확전 우려가 높아지자 국제사회는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전날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로즈메리 디카를로 유엔 사무차장은 “국제사회는 갈등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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