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삼성 로봇청소기 써보니…“손 하나 까딱 안 해도 걸레까지 빨아줘”
뉴스종합| 2024-08-02 15:02
삼성전자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 김현일 기자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퇴근 후 집에 들어서니 바닥이 이제 막 물걸레질을 마친 듯 매끈매끈했다. 로봇청소기가 머물고 있는 스테이션은 소리를 내며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물걸레를 세척 중이었다. 스마트폰 ‘스마트싱스’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어보니 스팀세척 종료까지 5분 남았다고 알려줬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먼지 흡입과 물걸레질이 모두 가능한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을 선보였다. 그동안 유선 청소기와 무선 스틱형 청소기만 사용하다가 처음으로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를 써봤다.

삼성 스마트싱스 앱을 통해 로봇청소기의 청소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김현일 기자

직접 2주에 걸쳐 사용한 결과 왜 사람들이 비싼 가격에도 주저하지 않고 로봇청소기 구매에 열을 올리는지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비스포크 AI 스팀’의 출고가는 179만원이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집안 청소를 끝낼 수 있다는 점에서 로봇청소기는 매우 쓸모 있는 ‘가사도우미’였다. 특히 더운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청소하는 수고를 덜 수 있어 가장 좋았다.

삼성 스마트싱스 앱과 연결하자 활용도는 더 높아졌다. 로봇청소기는 처음 마주한 우리 집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구조를 익히고 맵(지도)을 그려냈다. 내장된 센서가 집안 곳곳에 있는 장애물(의자, 탁자, 수납장, 화분 등)을 파악하고 지도에 표시했다.

‘비스포크 AI 스팀’이 화장실 문턱에 다다르자 전진을 멈추고 방향을 전환했다. 김현일 기자

문이 열려 있는 화장실에 가까워지자 혹시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지만 알아서 전진을 멈추고 방향을 전환했다. 화장실이나 현관 등은 진입 금지구역으로 자동 인식하기 때문에 ‘추락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눈 앞에 카펫이 나타나자 잠시 머뭇거리더니 강한 모터 소리를 내며 카펫 위로 올라탔다. 카펫을 인식한 로봇청소기는 곧바로 물걸레를 들어올리고 먼지 흡입만 했다.

‘비스포크 AI 스팀’이 카펫 위에 오르자 물걸레를 들어올리고 먼지 흡입만 했다. 김현일 기자

스마트싱스 앱에서 카펫 모(毛) 길이에 따라 청소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데 모가 길면 로봇청소기는 스테이션으로 돌아와 물걸레만 따로 떼어놓고 다시 출동해 카펫을 청소했다. 덕분에 카펫에 물걸레가 닿는 일은 없었다.

다만 두께가 1㎝인 PVC 재질의 주방 매트에 다다르자 올라서는 데 애를 먹더니 멈춘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로봇청소기를 주방 매트에서 떼어놓고 버튼을 누르자 그제서야 다시 청소를 시작했다. 반면 두께가 1.5㎝ 정도인 선풍기 본체 하단은 만만하게 느꼈는지 ‘돌진’하더니 가볍게 올라타는 모습도 보였다.

‘비스포크 AI 스팀’이 양말을 인식하고 옆으로 비켜가고 있다. 김현일 기자

청소를 시작한지 20분쯤 지났을 때 로봇청소기는 잠시 청소를 멈추고 스테이션으로 돌아왔다. 물을 보충하고 물걸레를 세척하더니 조금 전까지 청소를 하던 방으로 다시 이동해 청소를 이어갔다. 물 보충 시간간격은 스마트싱스 앱으로 설정이 가능했다.

바닥에 케첩을 뿌리고 테스트를 해봤다. 로봇청소기는 케첩 덩어리를 마주하자 멈칫하더니 옆으로 비켜가기를 수회 반복했다. 청소해야 할 오염물이 아니라 장애물로 인식하는 탓에 청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비스포크 AI 스팀’이 청소 중 케첩 덩어리를 마주하자 장애물로 인식하고 옆으로 비켜가고 있다. 김현일 기자
‘비스포크 AI 스팀’이 바닥에 떨어진 오염물 위에서 집중적으로 물걸레질을 하고 있다. 김현일 기자

케첩 덩어리를 일부 덜어내고 다시 테스트를 해봤다. 그러자 로봇청소기는 이번엔 피하지 않고 케첩 위에서 오랜 시간 머물며 집중적으로 ‘분노의 걸레질’을 해댔다. 로봇청소기가 닦고 지나간 자리를 보니 케첩은 상당 부분 제거됐다. 다만 시간이 지나 말라붙은 케첩 자국은 지워지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로봇청소기 측면에는 바람개비 모양의 회전솔이 있어 벽면을 지나갈 때 먼지를 쓸어담는 역할을 했다. 다만 모서리처럼 사각지대까지 완벽히 청소하는 것은 다소 무리인 듯 머리카락이나 먼지가 소량 남아 있기도 했다.

삼성 스마트싱스 앱으로 로봇청소기의 물걸레 세척 간격과 카펫 청소를 설정할 수 있다. 김현일 기자

로봇청소기가 내는 소음은 대부분의 청소기들이 그렇듯 컸다. 거실에서 TV 시청이 어려울 정도였다. 소음을 피하기 위해 밖에서 근무할 때 스마트싱스 앱으로 로봇청소기를 원격 작동시켰다. 앱에 뜬 지도를 보니 현재 어느 방을 청소하고 있는지, 얼마나 쓸고 닦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덕분에 귀가하면 청소를 마친 말끔한 집에서 쉴 수 있었다.

청소하는 것만큼 귀찮은 일이 바로 걸레를 빨고 말리는 것이다. 평소 집에서 쓰던 대걸레는 아무리 깨끗하게 빨아도 널어 놓으면 종종 쉰 냄새가 나곤 했다.

그러나 ‘비스포크 AI 스팀’은 더러워진 물걸레를 스테이션 안에서 고온으로 빨아주고 스팀으로 살균까지 해줬다. 세척하는 동안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들렸다. 삼성전자가 이번 로봇청소기 신제품에 ‘스팀’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다.

로봇청소기의 오수통을 비우자 걸레를 빨고 난 검정색 구정물이 쏟아졌다. 김현일 기자

스팀세척 이후에는 열풍으로 걸레를 건조시키는 작업이 이어졌다. 실제로 로봇청소기를 꺼내 물걸레를 만져보니 물기 없이 잘 말라 있었다. 덕분에 냄새나 세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로봇청소기가 얼마나 깨끗이 청소했는지는 오수통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걸레를 빨고 난 물이 저장된 오수통을 비우니 검정색 구정물이 쏟아졌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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