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단독] ‘한국판 발렌베리법’ 나온다…공익재단 상속세 완화법 발의 시동
뉴스종합| 2024-08-09 10:12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한국판 발렌베리 재단’ 법안이 조만간 22대 국회에 발의된다.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이 운영하는 발렌베리 재단은 스웨덴 최대 공익재단이다. 과학·경제·교육 등 사회 주요 부문에 거액을 투자, 대규모 연구를 주도하는 대신 상속 부담을 덜어 대표적인 국가·민간의 ‘상생 모델’로 꼽힌다. 최근 정치권에서 상속세제 개편 필요성이 제기된 가운데 관련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수영 의원은 조만간 한국판 발렌베리 재단 육성을 위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 공익법인이 계열사 발행주식총수의 5% 이상을 보유할 수 없도록 한 현행법 조항을 손보는 게 골자다. 의원실 관계자는 “해당 조항을 대폭 완화하거나, 완전히 폐지하는 내용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공익재단을 통한 기업 승계의 물꼬를 트는 대신, 기업의 사회공헌을 극대화하는 선순환 생태계 마련을 위한 차원이다. 기업 공익재단의 지분 보유를 제한한 일명 ‘5% 룰’은 재단 등을 통한 그룹 지배를 차단하기 위해 1994년 도입됐지만, 초과분에 최고 60%의 상속·증여세가 부과되면서 공익재단의 사회공헌 역할·활동 전반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잘 알려진 부작용 사례는 ‘수원교차로 세금 폭탄 사건’이다. 창업주가 보유주식의 90%를 장학재단에 출연하자 2008년 과세당국이 140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한 것으로, 재단의 불복 소송에 대법원은 2017년 “기부를 목적으로 한 주식 증여에도 거액 증여세를 매기는 일은 부당하다”고 취소 판결을 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발렌베리 뿐 아니라 미국의 포드, 독일의 로버트 보쉬 재단 등 안정적 승계와 사회공헌을 국가와 기업이 주고받고 있다. 160여년간 5대에 걸쳐 맥을 유지한 발렌베리 가문의 경우 재단이 소유한 지주사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제약), 에릭슨(통신), 일렉트로룩스(가전) 등 계열사를 지배한다. 발렌베리 가문은 그룹 이익의 80%를 재단 연구에 투자해 인공지능(AI), 줄기세포 등 기초과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박 의원 측은 “천문학적인 상속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기업의 역량을 사회에 쓸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방법으로 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제도 개선에 대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8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사견을 전제로 동의했다. 최 부총리는 당시 관련 질문이 나오자 “공익법인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지배를 대물림하려는 것보다, 실질적인 공익법인을 하기 위한, 사회적 기여나 그런 걸 하기 위한 부분에 대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세수 부족 우려와 야권의 ‘부자 감세’ 프레임은 넘어야 할 산이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18대 국회 이종구 자유한국당 의원, 19대 국회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 등이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모두 처리가 무산됐다.

soho0902@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