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티메프 피해보상 ‘하늘의 별따기’
뉴스종합| 2024-08-19 11:12
티몬·위메프(티메프) 피해자가 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인근에서 카드사와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들에 즉각 환불을 촉구하는 릴레이 우산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

정부가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및 기업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일부 소상공인들이 까다로운 대출 조건으로 한숨을 짓고 있다. 티메프 미정산으로 실제 피해를 입는 이들은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채무 불이행 자영업자들인데, 이들은 정작 정책대출의 아무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외부에 ‘티메프 미정산 일시적경영애로자금(직접대출) 신청 안내자료’를 배포했다. 안내문에 따르면 이번 직접대출의 지원 대상은 위메프 또는 티몬으로부터 판매대금 미정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인정되는 소상공인이다. 피해업체 여부와 피해금액은 금융감독원 확인을 통해 이뤄진다.

문제는 대출대상에서 제외되는 이들이다. 소진공은 ▷세금체납 ▷한국신용정보원에 ‘신용도판단정보’ 및 ‘공공정보’에 등록돼있는 경우 ▷연체 ▷자가사업장·자가주택 권리침해 ▷휴폐업 ▷한계기업 ▷부채비율 700% 초과 등에 해당하는 소상공인은 제한 대상으로 대출을 내어주지 않는다고 안내한다.

먼저 국세 또는 지방세를 체납중인 소상공인은 대출을 받을 수 없고, 공단 및 금융기관에 대출금이 연체중인 경우 받을 수 없다. 단 세금체납이 징수유예의이거나 체납처분유예·징수특례의 경우 대출신청이 가능하고, 연체도 예금·부금담보대출, 보험계약 대출인 경우에는 가능하다.

아울러 최근 2년 연속 매출액이 전년 대비 50%이상 감소했거나, 당기 적자기업 중 자기자본 전액 잠식, 최근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 1.0 미만인 기업 등도 예외 대상이다. 부채비율이 표준재무제표 상 (7년 초과 업체에 한해) 700% 초과해도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소상공인들 사이에선 대출 자격을 더 완화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자를 내지 못하는 중소상공인들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세금을 내지 못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어서다.

티메프 정산 피해자인 A씨는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대출 심사 조건에서 아예 제외돼 너무나 어려운 현실”이라며 “세금 미납된 부분을 처리하기 위해 일수까지 썼는데, 현 상황처럼 모든 자격을 다 갖춰야만 대출이 가능하다는 건 너무나 가혹하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이번 정부의 대출 자격 요건이 거의 1금융권 대출 자격에 근접한 수준”이라며 “개인사업자들은 신용도가 다소 떨어지거나 세금을 미납하는 경우도 허다한데 아예 대상에서 제외해 대출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대출 원리금을 연체해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등록된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김성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금융권 대출 원리금을 90일 이상 연체한 채무불이행 자영업자는 7만2815명으로 지난해 말(6만1474명)과 비교해 18% 늘어났다.

정부가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 대상으로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을 시작하며 채무불이행 자영업자는 큰 폭으로 줄었지만,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며 2021년부터 다시 상승세를 보이는 중이다.

단 실제 생존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은 이번 정책의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경기한파의 여파로 신용등급이 망가진 자영업자들을 지원하는 게 이번 정책의 핵심인데, 정작 대출 조건을 보면 자영업자들의 신용을 보겠다는 얘기”라며 “현실을 반영한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홍승희 기자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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