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보고도 안 믿겨” 불 붙여도 저절로 꺼진다…왜 안 써?
뉴스종합| 2024-08-26 17:50
[방재시험연구원 실험 영상 캡쳐]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매트리스가 불쏘시개였다”

투숙객 7명이 사망한 경기 부천 호텔 화재 사고. 처참한 사고의 전말이 드러나면서 처음 불이 날 당시 객실 내 침대 매트리스가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트리스는 화재 때마다 문제가 된다. 실제 통계에서도 화재 사고 피해가 가장 심각한 게 바로 침실이다.

난연 매트리스는 오히려 화재 피해를 막는다. 불울 붙여도 저절로 꺼지는 소재. 불쏘시개가 아니라 방화벽처럼 오히려 불의 확산을 막는다.

대형 화재가 날 때마다 침대업계의 난연 소재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미 공익 차원에서 관련 특허도 무상 공개된 상태. 최소한 큰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숙박시설이라도 난연 매트리스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난연 매트리스는 불에 잘 타지 않고, 불이 붙더라도 천천히 자연소멸되는 소재의 매트리스다. 매트리스는 실제 실내 가구 중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화재 시 폭발적 화염에 휩싸이는 ‘플래시 오버(Flash over)’의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난연 매트리스는 불을 차단, 플래시 오버를 방지하고 사람이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

[방재시험연구원 실험 영상 캡쳐]

실제 한국화재보험협회 부설 방재시험연구원이 수행한 매트리스 화재 실험 결과는 난연 매트리스와 일반 매트리스의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실험은 난연 매트리스, 일반 라텍스 매트리스, 일반 스프링 매트리스, 일반 메모리폼 매트리스 등 4개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들 침대에 의도적으로 불을 붙였다. 1분여 뒤, 난연 매트리스는 불길이 사그라진 반면, 다른 매트리스는 본격적으로 매트리스가 타기 시작했다.

불과 4분 만에 라텍스, 스프링 매트리스는 큰 화염과 함께 불이 확산, 안전상의 이유로 강제 진화해야 했다. 메모리폼 매트리스도 7분 만에 큰 화염으로 번져 강제로 불을 꺼야 했다.

난연 매트리스는 그을음이 남았지만, 불길이 옮겨 붙지 않고 불길이 사그러들며 이후 자연적으로 꺼졌다. 현재 이 실험 영상은 조회수가 2600만여회에 이른다. 시청자들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상당수다. “매트리스를 고를 때 저런 걸 고려해야 할 줄 몰랐다”, “사고 예방이 중요하다” 등이다.

[방재시험연구원 실험 영상 캡쳐]

매트리스가 화재에 특히 취약하다는 건 전 세계 공통적인 문제다. 그런데 매트리스의 화재 안전 관련 규정은 국가마다 다르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한국은 ‘KS G 4300’란 인증을 적용하고 있는데, 불붙은 담배를 매트리스 위에 올려놨을 때 10cm 이상 타지 않으면 인증을 획득할 수 있다.

미국은 일단 발화 규모부터 다르다. 담뱃불이 아니라 가스 버너로 매트리스 위와 옆면에 모두 불을 붙인다. 한국은 실제 판매하는 매트리스의 1/10 크기로 평가하지만, 미국은 실제 판매 제품과 동일한 사이즈로 평가한다.

미국은 이 기준(16 CFR 1633)을 통과해야만 시중에 판매할 수 있다. 영국, 캐나다 등도 가정용 매트리스에 엄격한 난연·방염 기준을 의무화하고 있다.

국내에선 전 제품에 난연 매트리스를 적용한 시몬스가 ‘16 CFR 1633’ 기준에 부합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시몬스 관계자는 “매트리스에 사용되는 봉합실, 봉합 면 테이프 미끄럼 방지 부직포까지 모두 난연 기능을 갖췄다”고 전했다.

난연 매트리스 의무화도 재차 논의되는 중이다. 시몬스는 올해 초 난연 매트리스 제조공법 관련 특허를 전면 무상 공개했다. 난연 기술의 확산과 적용이 공익에 부합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모든 침대 제조사들도 시몬스의 난연 매트리스 제조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상태다.

부천 원미구 숙박시설 화재 시 호텔 내부로 연기가 확산하는 모습. [연합]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화재가 난 객실이 침대가 없는 온돌방이었다면 큰 화재로 번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화학제품인 매트리스는 불에 타면 나무 재질 가구보다 유독가스가 훨씬 많이 나온다. 숙박업소의 매트리스는 난연 제품을 쓰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dlcw@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