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3.2% 늘어난 677조4000억원으로 편성됐다. 내년 경상성장률 추정치(4.3%)에도 못 미치는 고강도 긴축이다. 올해 예산의 총지출 증가율(2.8%)과 엇비슷한 보폭을 유지하면서 2년 연속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예산(604조4000억원)과 견주면 12.1% 늘어난 규모로, 총지출 개념이 도입된 2005년 이후 역대정부 임기 첫 3년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올해는 지키지 못했던 재정준칙, 즉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 3% 이하 기준도 내년에는 준수할 수 있게 돼 세계가 인정하는 건전재정 기준을 달성하게 된다. 내년 국가채무는 1196조원에서 1277조원으로 81조원 늘어나지만 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비율은 2.9%로 3%를 밑돈다.
정부는 내년 예산 편성의 중심에 민생을 두고 4대 키워드로 ‘약자복지, 경제활력, 체질개선, 안전사회·중추외교’를 제시했다. 약자복지는 수출 회복의 온기가 좀처럼 내수로 퍼지지 않으면서 생활고를 겪고 있는 취약계층을 위한 것으로, 당연히 정부가 챙겨야 한다. 기초생활보장 급여액 인상, 노인일자리 확충, 기초연금 상향, 공공주택 공급 확대 등이 골자다. 저출생 대응책인 육아휴직급여 인상, 필수·지역의료 강화, 병장 월급 증액 등도 큰 범주의 민생지원책이다.
문제는 이처럼 재정이 살필 민생의 범주는 커져가고 있는데 세수 전망은 밝지 않다는 점이다. 내년도 총수입은 올해보다 39조6000억원(6.5%) 증가한 651조8000억원으로 편성됐다. 국세를 15조1000억원(4.1%) 더 걷고, 기금 등 세외수입을 24조5000억원 늘려잡은 결과다. 그런데 ‘세수 펑크’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내수 회복 부진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로 지난해(56조원 결손)보다는 낫지만 올해도 세수결손이 2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내년 성장률은 2.1%로, 올해(2.4%) 보다 낮아 내년에도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 등 3대 세수가 더 쪼그라들 수 있다.
세수 펑크를 막고 재정을 튼실하게 하려면 결국 기업 활력의 제고가 급선무다. 3대 세목이라지만 그 트리거(방아쇠)는 ‘기업의 좋은 실적’이다. 기업의 성장은 법인세는 물론 종사자들이 내는 소득세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처분 소득이 늘어난 종사자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해야 부가세도 확보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기존 세계 선도 기술력에 인공지능, 첨단 바이오, 차세대 원자력 등 신성장동력 투자를 지속해 경제성장률을 높이는게 건전재정의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