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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방한 ‘가상자산 시총 7위’ 리플 CEO…‘리또속’ 우려 지울까 [투자360]
뉴스종합| 2024-09-03 10:30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최고경영자(CEO). [리플]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글로벌 가상자산 시가총액 7위 리플(XRP)이 국내 시장에 대한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3년 넘게 발목을 잡아왔던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소송이 매듭지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며 리플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회사 수뇌부가 한국에 총출동해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개발자를 비롯해 협력 가능 업체들과 접점 확대에 나서면서다. 그동안 리플의 경우 급등 후 급락하는 패턴을 반복하며 ‘리또속(리플에 또 속냐)’이란 말이 투자자들 사이에 회자되기도 했다. 이번 기회로 오명을 지우고 명예 회복에 성공하는 계기로 삼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리플은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회사 핵심 경영진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지난 2018년 이후 6년 만에 한국을 직접 찾은 브래드 갈링하우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모니카 롱 사장(president), 데이비드 슈워츠 최고기술책임자(CTO), 에릭 반 밀텐버그 수석부사장 등이 자리했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최고경영자(CEO). [리플]

갈링하우스 CEO와 슈워츠 CTO는 다음날 국내 최대 블록체인 행사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 2024’ 연사로 참석한 후 리플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이벤트인 ‘리플레저 존 서울(XRPL Zone Seoul)’에도 모습을 나타낼 계획이다.

리플 측 관계자는 “리플 관련 파트너사에서 오신 200~300여분의 손님들을 모시고 (한국 시장에 적용 가능한 사안에 대한) 솔루션 개발, 적용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리플은 AI 기술·콘텐츠 기업 퓨처버스와 리플 가상자산 수탁(커스터디)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은 물론, 리플 블록체인 연구 이니셔티브 프로그램(UBRI)에 연세대가 글로벌 58번째, 아시아·태평양 지역 12번째 산학 파트너로 합류한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이 같은 구체적인 행보들은 최근 리플이 한국 시장 내 활동 반경을 빠르게 넓히려는 것과 맥이 닿아있다. 지난 6월 리플은 한국과 일본에서 XRPL 기술 솔루션 개발을 장려하기 위한 펀드를 출범, 기업 파트너십과 개발자 보조금, 스타트업 투자 등 관련 지원 활동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지난 7월 리플이 직접 주최한 디지털 금융 혁신 포럼에선 국내 은행·증권사 관계자 등과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의 결합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도 했다. 당시 방한했던 에미 요시카와 리플 전략기획 부사장은 “한국의 탄탄한 인프라와 활발한 핀테크 생태계는 혁신과 협업을 촉진하는 이상적인 허브”라며 “많은 한국 기업과 협업 논의에 착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모니카 롱(왼쪽부터) 리플 사장(president), 데이비드 슈워츠 리플 최고기술책임자(CTO), 에릭 반 밀텐버그 리플 수석부사장. [리플]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갈링하우스 CEO는 최근 미 SEC와 벌였던 증권성 소송의 중간 결과와 향후 대책과 방향성 등에 대해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국내 리플 투자자의 불안감을 해소해 중장기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함으로 해석되는 지점이다.

가상자산 시황중개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30분 기준 최근 24시간 동안 리플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만 약 5724만달러어치 거래됐다. 거래소 별 거래 규모론 6위 규모다. 리플은 최근 24시간 동안 업비트에서 거래된 가상자산별 거래액에서 비트코인(1억4536만달러), 솔라나(8949만달러)에 이어 3위를 기록할 정도로 한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앞서 미 SEC는 2020년 12월 리플이 법에 의한 공모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불법 증권이라는 이유로 발행업체 리플랩스를 상대로 약 8억7600만달러의 민사 벌금과 같은 금액의 이익 반환금, 1억9800만달러의 이자 등을 포함해 총 약 20억달러를 내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하지만, 지난달 7일(현지시간) 뉴욕 남부 연방법원의 애널리사 토레스 판사는 미 SEC가 요구한 금액의 약 6% 수준에 불과한 1억2500만달러의 민사 벌금을 내라고 리플 측에 명령했다. 이는 리플랩스 측이 사싱상 승소한 것으로 해석됐다.

당시 갈링하우스 CEO는 “리플과 (가상자산) 업계, 그리고 법치의 승리”라며 “리플(XRP) 커뮤니티 전체에 대한 미 SEC의 역풍은 사라졌다. 회사를 계속 성장시킬 수 있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한편, 향후 리플 가격의 향방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게이프는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미 SEC가 항소에 나설 가능성이 낮으며, 오는 10월 7일부로 소송이 완전 종결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면서 “소규모 은행들의 결제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에 리플의 기술이 적용되는 프로젝트가 본격 시행될 경우 추가 상승 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피벗(pivot, 금리 인하) 시작이 확실시된다는 점도 리플 반등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도 있다.

다만, 가상자산에 상대적으로 친화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보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11월로 다가온 미 대선 레이스에서 앞서고 있다는 점은 리플을 비롯한 가상자산 가격에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단 우려도 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상자산 가격엔 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보다 미 대선 결과의 영향력이 크다는 판단”이라며 “올해 상반기 미 기업 정치후원금 중 48%는 블록체인 기업이 제공했고, 코인베이스와 리플이 무려 1억달러를 각각 후원했다. 대부분은 공화당 측에 집중되는 것으로 알려진다”고 짚었다. 이어 “미 연준의 통화정책과 관련한 상승 기대감은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가상자산 ‘약세장’ 속에서도 리플은 선방을 이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한 달 간 리플 가격의 변동률이 0.19%를 기록할 동안 ‘시총 1위’ 비트코인은 -4.6%, 알트코인 시총 1위 이더리움은 -12.56%에 그쳤다. 이 밖에 테더(0.08%)가 ‘플러스(+)’ 변동률을 기록했을 뿐, BNB(-0.23%), 솔라나(-6.05%), 도지코인(-11.65%)은 모두 ‘마이너스(-)’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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