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구 한강로동 ‘용리단길’ 가보니
임차수요 비해 공급적어 포화상태
권리금 1억부터...“부담 지속될 것”
3일 찾은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동 ‘용리단길’의 모습 정주원 기자 |
“건물주 아니면 카페 운영도 힘들어요. 2층에서 편집숍 운영하시는 사장님이 새로 생긴 1층 카페 관리를 맡기셔서 월급 받고 다음주부터 운영하게 됐습니다. 용리단길은 여전히 뜨겁습니다.”(용리단길 가오픈 카페 직원 30대 A씨)
지난 3일 오후 방문한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동 ‘용리단길’에는 드문드문 비어있거나 아직 오픈 전이라 짐을 다 풀지 않고 정리 중인 상가들이 보였다. 신용산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용리단길 진입로에 위치한 건물 1층도 카페 오픈 준비가 한창이었다. 아직 간판도 없지만 내부에는 커피 머신과 주방이 갖춰져 있었다. 카페 직원 A씨는 “전에는 1층도 옷가게였는데 올해 들어 장사가 잘 안되자 사장님이 샵인샵 형태의 카페 영업을 제안하셨다”며 “유행이 빠르게 왔다 가고 그에 맞게 상권 변화 속도도 매우 빠른 상황”이라고 했다.
용리단길은 신용산역(4호선)과 삼각지역(4·6호선) 사이의 골목상권이다. 2017년 이후 한강대로를 기준으로 4층 이하 건물이 대형 오피스 시설로 바뀌고 아모레퍼시픽 본사를 중심으로 중소형 사무실 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조용했던 골목이 MZ세대가 찾아오는 ‘인스타그래머블’한 핫 플레이스로 바뀌었다.
현재는 상권 매출이 증가함에 따라 높아진 권리금과 임대료로 인해 새로 들어오려는 사람과 기존에 있던 사람 모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용리단길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권리금은 최하 1억원에서부터 1억8000만원대까지 형성된다. 평수가 커지고 신용산역에서 가까울수록 비싸다”며 “월세는 작년까지 3.3㎡당 20만원 수준이었는데 올해 초부터 30만원 이상으로 오른 상황”이라고 했다.
용리단길에서는 권리금이 필수고, 만약 받지 않는다면 임대료가 올라간다.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매물 중에 권리금 없는 곳이 딱 한 곳인데 보증금 5000만원에 임대료 850만원 정도로 비싸다”고 했다.
이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용리단길이 위치한 용산구 소규모 상가(3층 미만·연면적 330㎡이하) 임대 가격지수는 지난해 3분기 103.94 → 4분기 107.25 → 올해 1분기 109.19 → 2분기 113.36으로 우상향하고 있다. 해당 통계는 2021년 4분기를 기준시점 100으로 설정한 상대값이다.
현장에서는 용리단길이 장사가 잘돼 상가 임차 수요는 늘었지만 그에 비해 공급은 적은 포화상태라 임대료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전언이다. 신용산역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워낙 골목 상권이고 부지 공간이 넓지 않아 소형평수 위주로 나오기 때문에 장사 업종에 한계가 분명 있다”며 “카페나 음식점도 요즘 최소 66㎡이상을 원하는데 매물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인근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높은 권리금 부담이 가능한 대형 프랜차이즈가 못 들어오는 이유도 장사할만한 넉넉한 공간이 없기 때문”이라며 “성수나 가로수길이랑은 느낌이 다르다. 주된 유동인구인 MZ를 저격할 수 있는 특색있는 아이템이나 홍보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잘되는 곳만 잘되는 업종 편중 현상도 두드러진다. 서울시상권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동의 소비트렌드는 음식 소비가 전체의 48%로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쌤쌤쌤’ ‘테디뵈르하우스’ ‘효뜨’ 등 특색 있는 요식업이나 카페가 이곳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D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대기 있는 곳은 대부분 인근 직장인들이 점심 시간에 찾아오는 음식점이나 카페다. 요식업 종류가 다양하기 보단 몇년 째 인기 많은 곳이 쭉 가는 느낌”이라며 “월세가 보통 800만원 정도인데 어떤 업종이든 3일 안에 이 금액을 충당할 수익을 내야 용리단길에서 장사를 계속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포화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높은 임대료에도 수요가 몰려 건물주가 경제적 우위를 지니게 돼 기존 임차인과 협상 결렬을 유도하게 되고 새로운 임차인을 찾으려고 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발하는 임계점까지 지속되다가 안착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고은결·정주원 기자
jookapooka@heraldcorp.comke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