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안철우 교수의 호르몬 미술관]인내의 빛깔은 그 얼마나 찬란한가, 인내의 가바호르몬
뉴스종합| 2024-09-20 10:00
‘부서진 기둥’ (프리다 칼로, 1944)

‘프리다 칼로’를 들어보셨는지요. 인내의 호르몬을 이야기하기 위해 멕시코를 대표하는 화가, 프리다 칼로의 ‘부서진 기둥’이라는 작품을 소개합니다.

흔히 프리다 칼로를 ‘절망에서 피어난 천재 화가’라고 하는데요. 그녀는 굉장히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습니다. 어느 정도였느냐면요, 6살에 소아마비 진단을 받았고, 18살에는 교통사고를 당해 죽음의 문턱까지 갔습니다. 쇠로 된 버스 손잡이의 봉이 그녀의 허리에서 자궁까지 관통하는, 그야말로 끔찍한 부상을 당한 겁니다. 왼쪽 다리 11곳 골절, 오른발 탈골, 왼쪽 어깨 탈골, 허리와 골반, 쇄골과 갈비뼈 모두 골절…. 결국 평생 7번의 척추 수술을 포함해, 모두 32번의 수술을 받았고, 그 이후에도 오른쪽 발가락이 절단되는 사고와 무릎 아래쪽의 절단, 그리고 3번의 유산 등 정말 듣기만 해도 숨 막힐 것 같은 사투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모든 엄청난 치료의 기록이 모두 프리다 칼로의 것입니다.

게다가 그녀보다 21살이나 연상인 남편 디에고 리베라는 바람둥이로 유명한 인기 화가였는데요. 디에고 리베라는 결혼 생활 중에도 수없이 많은 외도를 저질렀고, 이 때문에 프리다 칼로는 질투와 분노를 넘어 고독과 상실감을 평생 안고 살아야만 했습니다. 그녀의 과거를 듣기만 해도 얼마나 큰 고통을 견디며 살아왔을까 절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녀의 작품 면면에 이런 비참한 삶에 대한 인내의 땀이 여실히 배어 있습니다. 사랑과 이념에 대한 열정, 투병과 생명력이 한데 얽힌 프리다 칼로의 초기 작품에는 멕시코 민속 예술의 영향이 나타나 있습니다.

프리다 칼로는 1922년 멕시코 국립고등학교의 프레스코 제작 작업 중에 만나게 된 디에고 리베라와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고 결혼을 합니다. 1925년 9월 버스 사고로 영구적 외상을 입게 되면서 젊은 나이에 커다란 좌절과 고통을 겪었던 그녀는, 이때부터 시작된 비극적이고도 끝도 없는 투병 생활로 온 생애를 고통 속에 살게 됩니다.

당시 투병의 고통을 담은 ‘부서진 기둥’에서 프리다 칼로는 무너져가는 자신의 삶을 폐허가 된 유적지로 표현했습니다. 교통사고로 심한 부상을 입고 거동할 수 없게 된 그녀는 회화의 세계에 더욱 깊이 심취하게 됩니다. 자신의 비극적인 삶을 요약해놓은 듯한 이 작품은 제목도 ‘부서진 기둥’이라는 은유적인 표현으로 붙였습니다.

반으로 갈라진 몸을 정형외과에서 사용하는 고정 기구로 동여맨 여인은 작가의 자화상일 테지요. 퇴행한 척추가 있어야 할 자리에 파괴된 이오니아 양식의 기둥이 그려져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무너진 유적이 대체해버린 상황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것입니다. 온몸에 못이 박혀 있고 그 고통으로 인해 두 눈에서 눈물이 흐르지만 프리다 칼로는 이러한 병환에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관중들을 향해 정면으로 서서 그 참모습을 당당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1940년대 프리다 칼로는 예술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면서 가장 활발하고 성숙한 작품 활동을 벌였습니다. 쇄도하는 작품 의뢰에 부응하기 위해 쇠약한 상태에서 몸을 지나치게 혹사했고 그 까닭에 그녀의 척추 고통은 점점 심해져 갔습니다.

프리다 칼로는 결국 허리에 지속적인 긴장감을 주기 위해 1946년 당시 위험 부담이 상당했던 수술을 받았습니다.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견뎌내고 나니, 결국 그녀의 몸 중 척추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철제 기둥이, 부드러운 피부에는 날카로운 못들이 박혀 버렸습니다. 다시 말해 그림 속의 여인은 프리다 칼로 자신의 진짜 모습인 것입니다.

그림을 보면 자신의 삶을 지탱해주는 거대한 사원의 기둥이 무너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불안한 감정은 신체적인 아픔보다 우리 내면을 더 산산이 부서뜨립니다. 그것을 극복하는 힘은 부단한 인내밖에 없을 테죠.

프리다 칼로는 인내에 인내를 더하며 여전히 남편 디에고 리베라를 사랑했을 것입니다. 프리다 칼로는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린 두 가지로 버스를 들이박은 전차와 남편 디에고 리베라를 꼽았습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보다 더욱 최악으로 생각하는 것은 바로 그런 디에고 리베라를 여전히 사랑하는 자기 자신이라 말했지요. 원망스럽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남편임을, 그저 인내와 사랑의 힘으로 견디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인내는 의지력의 문제라고들 많이 생각하시지요? 하지만 인내 호르몬인 가바에 대해서 알게 되면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가바 본연의 역할은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의 신경전달물질입니다. 인내 호르몬, 가바호르몬은 인내심에 영향을 주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로, 뇌와 신경을 달래서 혈압을 낮춰주고 우울증을 완화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인내의 호르몬 가바를 통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인생이 되시길 바랍니다.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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