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용산 “尹, 풀려고 손 내밀었다” 친한계 “韓에 대화 기회 안줘”
뉴스종합| 2024-09-25 11:19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왼쪽) 대표, 추경호(오른쪽)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연합]

“이것(추가 독대 요청)을 왜 언론을 통해 알리냐. 언론 플레이로 이용 당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냐.” (대통령실 관계자)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해 보라고 했다면 의료개혁이나 특검법에 관한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나. 그럴 기회 자체를 안 줬다.” (국민의힘 친한계 지도부 인사)

두 달 만에 성사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지도부의 만찬 회동이 ‘윤한 갈등’의 불씨를 끄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약 1시간 30분 동안 조용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만찬을 놓고 대통령실과 친윤석열(친윤)계, 친한동훈(친한)계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 대표의 추가 독대 요청에 대한 해석도 둘로 나뉘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전날 야외 분수정원에서 진행된 만찬과 관련해 윤 대통령과 한동훈 지도부의 ‘상견례’ 성격에 의미를 두며 “화기애애했다”는 표현에 방점을 찍었다. 대통령실은 전날 술을 마시지 않는 한 대표를 위해 만찬주 대신 오미자차를 준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만찬 자리에서 “우리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고 메뉴를 소개했고, 식사 이후 커피를 권하며 “우리 한 대표는 뭐 드실래요?”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나 한 대표가 만찬 종료 직후 추가 독대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고, 일부 참석자가 정반대의 분위기를 전하자 대통령실 내에서 당혹감이 흘러나왔다. 한 대표 측의 반응에 섭섭함도 분출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어제 한 대표가 아니라, 국민을 보고 (지도부를) 만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 만나려고 했고, 풀려고 손을 내밀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 친한계 참석자는 “국회 상황과 관련해 원내대표에게만 보고를 받고, 한 대표는 아예 대화에 끼기 어려웠다”고 비판했다. 다른 참석자도 “건배사도, 인사말도 없고 애초에 대화를 할 수 있는 물리적 상황이 아니었다. 체할 것 같았다”며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해 보라고 했다면 의료개혁이나 특검법에 관한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나. 그럴 기회 자체를 안 줬다”고 했다.

전날 만찬 주제가 윤 대통령의 체코 방문 성과와 원자력발전 산업 발전 필요성에 집중되고, 여야의정 협의체나 채상병·김건희 특검법 등 쟁점법안을 비롯한 주요 현안이 언급조차 되지 않은 데 대한 지적이다. 원전 이야기를 마친 이후에는 정기국회 국정감사 대응과 주요 민생법안 처리에 대한 당부가 이어졌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추경호 원내대표와 김상훈 정책위의장이 국감 일정, 육아지원법 등 민생법안을 각각 설명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체코 원전산업 현황과 현지 맥주 등을 주제로 짧은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 화합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한 대표가 선출된 직후였던 7월24일 만찬에서 윤 대통령이 “한 대표 외롭게 하지 말라”고 당부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친한계 참석자는 “술도 안 마시는 대표가 맥주에 대해 물어본 거면 나름대로 노력한 것 아니냐”며 “무슨 말이라도 해보려고 한 거 같은데 분위기가 전혀 그럴 상황이 아니었고, 그래서 (추가 독대를)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만찬이 종료된 직후 홍철호 정무수석에게 ‘조만간 대통령과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취지로 재차 독대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한계는 윤 대통령에게 민심을 전달하고, 당정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두 사람의 만남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친윤계에서는 한 대표의 ‘공개적인’ 독대 요청에 비판적이다. 한 대표가 독대 자리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를 언급하겠다고 암시했던 만큼, 독대 요청이 보도되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담판을 짓듯이 될 게 아니다. 마치 우리가 민심을 모르는 것처럼 전달하겠다고 하는 것도 웃긴 일”이라며 “합의점이 생기면 그 뒤에 얘기할 통로는 많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전 지도부의 친윤계 인사는 “조용하게 가면 (지도부가 아닌) 일반 의원도 언제라도 만나주시는데 왜 언론에 자꾸 노출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여당 대표가 도움이 되지 못할망정 언론 플레이를 한다”고 했다.

당 내에서도 지지율 동반 하락, 정기국회를 맞아 더욱 거세진 야권 공세 등 ‘겹악재’ 속에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당정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정 관계가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윤 의원은 “당정 관계에 있어서 대표 주변에 있는 분들이 어떻게 하면 대표를 잘 모시고 당정관계를 원활하게 해 나갈 수 있는가에 대해서 보다 고민이 있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정은·김진·신현주 기자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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