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한국만 거꾸로 가는 밸류업” 인도·대만·일본은 달랐다 [비즈360]
뉴스종합| 2024-10-01 12:39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마켓스퀘어에서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구성 종목 및 선정 기준 등에 대해 발표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한국보다 주가지수 상승률이 높은 인도, 대만, 일본 등이 개인투자 유도 및 자율 시장 강화 등에 힘입은 반면, 국내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각종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해 글로벌 흐름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일 ‘아시아 각국 지배구조와 주가지수 상관관계 연구’보고서를 통해 지배구조와 주가지수 상승률 순위가 일치하지 않으며, 주가지수 상승은 경제·기업여건과 인센티브를 통한 구조 개혁, 기관 및 개인투자자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 등이 결합돼 도출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팬데믹 시점인 2020년 1월부터 2024년 9월까지 한국의 주가지수 상승률은 25%로 5위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보다 앞선 인도(1위), 대만(2위), 일본(3위) 등은 규제와는 거리가 멀었다.

대한상의 자료

실제 인도는 높은 경제성장률 뿐 아니라 최근 3년간 5000만 개 이상의 주식계좌가 신설되는 등 대면활동이 제한된 팬데믹 기간 대체수입원을 찾던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가 급증한 것이 증시부양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대만은 AI 시대의 도래로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하는 TSMC 주가가 60.6달러(2020년 1월)에서 189.3달러(2024년 9월)로 3배 이상 급상승하는 등 경제 환경의 변화에 잘 대응한 것이 주가 상승의 주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일본은 2012년 이후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구조 개혁을 추진했지만, 규제보다는 오히려 ▷ 일본은행·연기금 등 국내주식투자 확대·주주소통 강화 ▷획기적 세제혜택 제공하는 N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도입(수익 전액 비과세) ▷장기성과 연동 성과급의 손금산입 확대 등이 증시를 부양했다고 평가했다.

호주는 주가지수 상승률은 한국보다 한단계 아래지만 공급망 위기에 따른 원자재가 상승이 주가를 견인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일례로 호주가 세계 최대 생산국인 우라늄은 다른 생산국인 러시아의 전쟁 등으로 팬데믹 이후(2020년 1월~2024년 9월) 선물상품지수가 226% 급등했다. 호주는 현재 시가총액 10대기업 중 6개사가 자원회사로, 시총 1위인 세계 최대 광산업체 BHP 그룹을 비롯해 2위 포테스큐 메탈 그룹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지배구조 규제가 밸류업의 핵심이자 만능열쇠로 여겨지며 각종 법안이 우후죽순처럼 발의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도입 논의 중인 규제들은 지배구조 상위 8개국 간 비교해도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우리 현행법과 마찬가지로 다른 7개국도 모두 회사법상 회사로 한정돼 있으나, 우리나라는 이를 주주에 대한 책임으로 확대하자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밖에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행사해 소수주주 우호적 이사 선임 가능성 높이는 집중투표제(의무화 사례 없음 vs. 韓 의무화 논의)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의결권 제한 사례 없음 vs. 韓 의결권 제한해 선임하는 감사위원 수 확대 논의) 등도 이미 과도한 규제가 도입됐거나 도입 논의 중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상의는 이처럼 규제로 기업을 압박하면 경영진의 책임이 가중돼 신규 투자나 M&A를 꺼리는 등 오히려 밸류업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배당소득세 저율 분리과세(美 0~20% 분리과세 vs. 韓 6~45% 누진 종합과세) ▷장기보유주식에 대한 세제혜택 신설(美 장기보유시 세제혜택) ▷ISA 세제혜택 확대(日 NISA 수익 전액 비과세 vs. 韓 비과세한도 400만원) 등 지배구조 이외의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을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송승혁 대한상의 금융산업팀장은 “밸류업은 기업 여건과 경제 환경, 투자자 측면까지 고려해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추진해야 한다”며 “이렇게 규제만 강하게 도입하면 외국기업과 자본이 우리나라에 투자하거나 상장할 가능성은 점점 더 낮아지고, 국내 시장은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illpass@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