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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붐과 함께 돌아온 씨엔블루 “우리만의 무기 있다” [인터뷰]
라이프| 2024-10-16 14:26
씨엔블루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그리운 건 그대일까 그 때일까.’ (씨엔블루 미니 10집 ‘X’ 타이틀곡)

3년 만의 컴백이다. 2010년 ‘외톨이야’로 데뷔, 아이돌 밴드 시대를 열었던 씨엔블루는 그 때, 그 시절이 유독 특별하게 남아있다.

“처음 앨범을 냈던 그 때는 지금도 그리운 날이에요. 녹음을 하고 모니터 음악을 받아 들었을 때 정말 설렜어요. 녹음한 걸 세상에 빨리 들려주고 싶었거든요. 그 땐 차에서 녹음 음원을 크게 틀고 홍대 거리를 몇 바퀴씩 돌았어요. (웃음)” (정용화)

‘외톨이야’는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K-팝 밴드 씨엔블루를 각인한 곡이었다. 소속사 선배 FT아일랜드의 반항아 같은 거친 이미지가 아닌, 세련된 미소년 밴드의 모습으로 등장해 소녀팬들의 마음을 훔쳤다. 이 곡은 등장과 동시에 거리 곳곳에 울려퍼졌다. 드러머 강민혁은 “아무 것도 몰랐던 스무 살 그 때, 1위에 오르기도 했던 모든 활동이 신기했다”며 “지금도 새 앨범을 낼 때면 늘 그 때와 비교를 하게 된다”고 했다. ‘외톨이야‘ 때와 비슷한 느낌인가’, ‘이 노래는 잘 될까’라는 생각이 늘 따라왔다. 멤버들은 항상 같은 마음을 품었다.

데뷔 15년 차로 10번째 앨범을 내는 씨엔블루의 마음은 조금 더 특별하다. 오랜 시간 아이돌 음악이 대중음악계를 지배하던 시대를 지나 최근 몇 년 새 데이식스의 부상과 함께 밴드 음악이 다시 주목받고 있어서다. 씨엔블루의 컴백에 더 많은 관심이 모아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서울 청담동 FNC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씨엔블루는 “밴드 붐이 조금 더 일찍 왔다면 좋았겠다 싶지만, 지금은 더 완성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5년 간 씨엔블루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밴드 음악을 알리고, 밴드로서 정체성을 담아가기 위해 부단히 애써왔다. 멤버들은 “오랜 시간 밴드 붐을 일으키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왔다”며 “지금 마침내 때를 만나 우리의 음악으로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열 번째 미니앨범은 ‘X’라는 타이틀로 나왔다. 그간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인 정용화가 주축이 돼 곡 작업을 했지만, 이번 앨범은 여섯 곡 모두 멤버들이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 그중 정용화의 곡에 하상욱 시인의 시구를 인용, 헤어진 연인을 향한 그리움을 담은 ‘그리운건 그대일까 그때일까’가 타이틀 곡이다. 여기에 이정신의 자작곡 ‘퍼스널 컬러(Personal Color)’, 강민혁의 자작곡 ‘투나잇(Tonight)’도 담겼다. 차근차근 진화해 온 씨엔블루의 음악색을 모두 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이시스트 이정신은 “‘X’는 지금까지 씨엔블루를 해오며 만들어진 우리만의 노하우와 새로운 도전을 집약한 앨범”이라며 “15년 간 활동했지만 앞으로도 잘 해낼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앨범”이라고 했다.

씨엔블루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씨엔블루는 K-팝신(scene)에서 보면 어느덧 대선배 격인 2세대 라인이지만, 밴드의 세계에선 여전히 청춘이다. 때문에 이 앨범은 지나온 시간이 켜켜이 쌓은 성장기이자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길을 향한 첫걸음이기도 하다. 정용화는 이번 앨범을 내며 “다시 내딛는 발걸음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했고, 강민혁은 “그간의 연륜을 담으면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앨범”이라고 했다.

새 앨범엔 씨엔블루의 지장이 찍힌 것처럼 그 시절 밴드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의 ‘취향 저격’ 곡들이 많다. 정용화는 “한 때는 유행하는 음악적 소스를 많이 사용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요즘엔 리얼 사운드의 가치를 많이 느끼게 된다”며 “원초적인 음악을 만들어보자고 방향성을 잡고 기타, 드럼, 베이스만이 낼 수 있는 소리로만 앨범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는 씨엔블루의 최고 히트작인 ‘외톨이야’가 담아낸 방향성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씨엔블루만이 가진 최고의 무기는 15년 간 쌓아온 ‘경험치’다. 정용화는 “지금 인기를 얻는 모든 밴드가 각기 다른 스타일이고 다들 굉장히 실력이 뛰어나다”며 “많은 밴드와 경쟁하고 있지만 우리만이 가진 무기, 우리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팝 밴드 최초로 월드투어를 이어왔고, 변수가 많은 야외 페스티벌과 각종 공연 환경에서 밴드로서 노하우를 쌓아왔다. 라이브 공연을 통해 쌓아온 탄탄한 실력과 팝밴드 성향의 음악은 씨엔블루 만의 정체성을 만든다. “모르는 곡도 따라부를 수 있는 친숙함”, “대중적 멜로디”, “지치지 않는 체력”은 멤버들이 입을 모으는 강점이다. 심지어 정용화는 “지금이 내 체력의 최고 전성기”라며 “평생 지치지 않을 것 같은 마음으로 공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신은 “물론 공진단은 챙겨먹는다”며 웃었다.

데뷔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5년이 지났다. 멤버들은 ‘15년 후는 엄청 거대하고 거창한 무언가가 있을거야’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늘 ‘말하는 대로’, ‘바라는 대로’ 이뤄졌다. 정용화는 “하고 싶은 걸 이야기하면 모두 이뤄졌고, 상을 타고 싶을 땐 상을 타기도 했다”며 “데뷔 당시 15년 후 빌보드와 그래미에 가는 아티스트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 꿈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씨엔블루가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다만 AC/DC, 메탈리카, 롤링스톤스처럼 수 십년이 흘러도 엄청난 관객을 대동하는 멋진 밴드들처럼, 단지 오래된 밴드가 아닌 여전히 진행형으로 공연하는 밴드가 되고 싶어요. 한국 밴드의 역사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그런 밴드 말이죠.” (정용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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