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건강보험에 들어가야 할 법정 국고지원금, 18년간 21조6700억원 미지급
뉴스종합| 2024-10-23 09:26
[123RF]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정부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줘야 하는데 주지 않은 법정 국고지원금이 22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건강보험 법정 지원금 및 실제 지원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07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건강보험에 법적으로 지급해야 할 국고지원금을 덜 지원하는 방식으로 18년간 총 21조6700억원을 주지 않았다.

정부는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에 따라 2007년부터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14%는 일반회계(국고)에서, 6%는 담뱃세(담배부담금)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7∼2024년 기간 건강보험료 수입의 20%에 해당하는 149조7032억원을 지원해야 했지만, 실제 지원 금액은 128조332억원에 그쳤다.

역대 모든 정부에서 법으로 정해진 국고지원 비율을 지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역대 정부는 보험료 예상 수입액을 적게 잡는 등의 편법을 써가며 연례적으로 축소 지원해왔다.

건강보험료 인상률과 가입자 증가율, 가입자 소득 증가율 등 보험료 예상 수입액을 산정하는 3가지 핵심 변수를 모두 반영하지 않고, 보험료 인상률만 반영해 건강보험 지원 규모를 추계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법정 지원액 기준(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으로 이명박 정부는 16.4%, 박근혜 정부 15.3%, 문재인 정부는 14% 정도만 지원했다.

윤석열 정부 역시 출범 후 이제까지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2025년 예산을 짜면서 일반회계와 건강증진기금을 합쳐서 국고지원금으로 12조6000억원을 편성했는데, 이는 법정 국고지원 비율로 따지면 14.4%에 머물러 ‘20% 상당 금액’ 지원이라는 법정 기준에 미달했다.

사회보험방식의 건강보험제도를 시행하는 국가들의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비중은 한국보다 훨씬 높다.

입법·정책 전문 연구분석기관인 국회입법조사처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이자 정부 보건의료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주요한 수단인 건강보험 재정의 특성을 고려할 때, 국고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법정 지원 비율을 준수하고 특히 현재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로 모호하게 돼 있는 지원기준을 ‘지지난해 보험료 수입액 또는 지출액의 20%’로 변경하는 등 불분명한 지원 규정을 명백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입법조사처는 지적했다.

나아가 일몰제(법률이나 각종 규제의 효력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없어지게 하는 제도)로 운영되는 건보재정에 대한 국고지원 규정을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입법조사처는 주문했다.

건보에 대한 국고지원 법률 규정은 2016년 12월 31일 만료될 예정이었다. 1년간 한시적으로 연장된 뒤 2022년 12월 31일까지로 다시 5년 더 늦춰졌다. 그러다가 국회에서 여야가 법 개정에 실패하며 더 연장되지 못하고 2022년 말 일몰됐다. 지난해 3월 여야가 건보 국고 지원을 2027년 12월 31일까지 5년 더 연장하는 내용의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 개정안에 합의하는 등 일몰제 적용으로 인해 야기되는 불안정성을 해소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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