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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매강’ 박지환 “‘과대평가된 배우’ 쓴소리 필요해…고인물 되지 않을 것”[인터뷰]
라이프| 2024-10-24 17:13
디즈니플러스의 코믹수사극 ‘강매강’(강력하진않지만 매력적인 강력반)에서 치명적인 페로몬을 내뿜으며 숱한 여인들에게 플러팅을 일삼는 형사 ‘무중력’을 연기한 박지환을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배우 박지환은 ‘남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사람일수록 사실 그 속에 큰 슬픔을 안고 성찰하며 살고 있다’는 말이 떠오르는 사람이다.

디즈니플러스의 코믹수사극 ‘강매강’(강력하진않지만 매력적인 강력반)에서 치명적인 페로몬을 내뿜으며 숱한 여인들에게 플러팅을 일삼는 형사 ‘무중력’을 연기한 박지환을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범죄도시’의 신스틸러 장이수로 그야말로 대한민국을 ‘빵’ 터뜨렸고, 지금도 ‘강매강’에서 유치하리만큼 강력한 코미디 작품에 출연한 박지환이다 보니 그와 함께한 시간도 시종일관 ‘웃길’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 외로 인터뷰는 매우 진지하게 진행됐다. 그가 “지금이 너무 괴롭다. 매너리즘을 겪고 있다”고 별안간 고백할 정도다.

박지환이 연기를 시작한 계기는 ‘사람에 대해서 잘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25년간 연기를 해오고 그가 내린 결론은 “배우는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직업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건(연기는) 그냥 ‘놀이’다. 시간이 더 흐르면 바뀔 순 있는데, 지금 제가 보기엔 연기는 놀이 같다. 누가 누가 재밌게, 진지하게, 울면서, 슬프게, 까르르 코미디를 하면서 잘 노나. 인생을 갖고 하는 놀이다. 그렇지만 마냥 웃고 떠드는 즐김은 아니다. 운동선수가 잘 뛰기 위해서 많은 훈련을 하듯 배우도 한 역할, 이 놀이를 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긴 한다.”

‘강매강’ 극 중 로맨스스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숙자로 위장한 뒤 잠복 수사에 나선 무중력 형사 박지환.[디즈니플러스제공]

‘신성한 놀이’인 연기를 하기 위해서 박지환은 언제나 좋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는 “아무리 대배우이고, 경력이 화려해도 그날 집안에 우환이 있으면 컨디션이 안 좋다. 그러면 바로 연기에 티가 난다. 그 신의 게임체인저는 그날 가장 맑은 컨디션으로 카메라 앞에 선 배우”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의 컨디션을 늘 객관적으로 관찰한다. 다만 요즘은 불안한 마음이 그를 계속 괴롭혀 속상하다.

박지환은 “요즘은 새로운 게 잘 떠오르지 않아서 괴롭다. 완벽한 매너리즘”이라며 “이대로 ‘고인물’이 되는걸까 두렵다. 박지환이라는 배우가 엄청 과대평가 되고 있지 않나. 대세, 코미디의 절정. 그런데 나는 나를 잘 안다.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오만해지기 딱 좋은 시기, 건방져지기 딱 좋은 시기다. 다들 잘한다고 한다.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어딜 가든 대접해준다”고 쏟아냈다.

잘한다고 하는 칭찬에 오히려 불안하다는 그는 아주 오래전 기억을 끄집어냈다.

“한 때 연극을 진짜 열심히 했다. 그때도 연극 보시는 분들이 ‘잘해, 에너지 좋아’ 이런 말을 해주면 한편으론 불안했다. 모든 게 들통날까봐. 그 정도는 아닌데 싶었다. 어느 토요일은 낮 공연을 끝내고 저녁 공연 준비하면서 청소를 하는데 여자 선배들끼리 날 보고 ‘근데 지환이 연기 좀 과대평가 돼있지 않아?’ 그러더라. 그 순간 너무 통쾌했다. 더 열심히 해야지 마음을 다잡았다. 요즘 내 상황이랑 비슷하다.”

그냥 투정이 아닌 것 같았다. 왜냐하면 “예전에는 바람만 불어도 영감이 떠올랐는데, 요즘은 화산에 떨어져도 영감이 안 떠오른다”는 말은 의도적 겸양으로는 할 수 없는 말이지 않나.

“그렇다고 순도 낮은 싸구려 연기를 팔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이런 시기를 어떻게 현명하게 빠져나가느냐가 중요하다. 드라마 우리들의블루스(2022)를 찍을 때 고두심 선배, 김혜자 선배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 어떻게 저 대배우들이 세상에 취하지 않고, 모든 영광을 버리고 할머니가 되어서 주름선을 그대로 내보일 수 있는지, 그 용기에 대해서 말이다. 관객들은 당연하게 시간의 흐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배우 개개인은 끊임없이 탐구해서 그 자리에 간 것일 수 있다.”

2022년 tvN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의 박지환.[tvN제공]

스승을 찾아 헤메고 있는 박지환은 절절한 문자도 마다하지 않고 보낸다. ‘선생님 저 요즘 소위 잘나가는 배우, 돈도 많이 벌지만 저 지금 위험하기 그지없다. 자칫 잘못하면 썩어서 볼품없는 과일이 될 것 같다. 어떡하죠.’

스승에게서 온 문자의 답도 공개했다. ‘현명해져야 한다. 술 한 모금 먹으면 멈추고 안주를 먹어라. 안주를 먹은 다음엔 물 한잔을 마시고. 밥 한술은 꼭 15번 이상 씹어서 넘겨라. 말 한마디 할 때도 여러번 생각하고 말해라.’

박지환은 “그대로 실천해봤다. 단지 취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었다”며 “취중에 들은 좋은 이야기를 잊어버리지 말고 잘 기억하라는 깊은 뜻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 1년간 박지환의 가방 안에는 책 ‘공부하는 삶-배우고 익히는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지식’(앙토넹 질베르 세르티양주 지음)이 들어있을 거라고 했다. 박지환은 “100번, 1000번을 읽기로 했다”며 “제 연기가 앞으로 화려한 꽃밭 보다는 ‘아무렇지 않게 무심하지만 느낌있는 마당’이 되었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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