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덜한 은행·2금융권 쏠림현상
여신심사 지연등 실수요자 ‘발동동’
“일시적 집중, 인력 추가투입” 진땀
“지난달 초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했는데 아직도 승인이 나지 않았어요.” “이달 초 대출약정서류에 자서(자필서명) 하고 제출 완료했는데 승인이 안 됐네요. 잔금 치를 때까지 대출 승인이 안 떨어질까봐 겁이 납니다.”
최근 재테크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고민 글들이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인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은행이나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자들이몰리면서 대출심사 지연까지 빚어지자 차주들의 혼란과 불만도 커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일제히 가계대출 속도 조절을 위해 유주택자 주담대 제한 등 규제 방안을 내놓고 여신심사를 강화하자, 이들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는 금융소비자들이 다른 은행이나 지방은행,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가 나올 정도로 소비자들이 대거 이동하면서 일부 대출 신청이 몰린 은행, 보험사 등에서는 여신심사에 과부하가 걸려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통상 2주 안팎 걸리던 심사기간이 한 달 이상 밀리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심사 지연에 대출 실수요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대출심사가 늦어져 제때 돈을 빌리지 못하거나, 그 사이 대출금리가 오를 가능성 때문이다. 23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은행채 5년물)는 3.71~6.11%로, 지난달 말(3.64~6.15%)에 비해 하단이 0.07%포인트 올랐다.
12월 말 이사를 앞두고 은행 주담대를 알아보는 중인 서울 거주 직장인 박모(39) 씨는 “지금 대출을 신청해도 심사까지 한 달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이사갈 집을 확정한 후 대출을 신청하더라도 심사가 밀리면 금리도 오를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들은 심사 인력 확충 등을 통해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또 주담대 가산금리는 보통 대출 신청 시점에 결정되는 만큼, 심사가 밀린다고 해서 실행 시점에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대출 기준금리는 실행 시점에 적용되는 만큼, 시장금리 상황에 따라 변동할 가능성은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최근 일시적인 수요 집중으로 일부 건에 대해 심사 지연이 있으나, 추가 심사 인력 투입 및 긴급 심사 등의 시스템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전 금융권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현재 50%인 2금융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를 은행처럼 40%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 등 추가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최근엔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어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옮겨가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를 당부했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