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기안84가 툭하면 불법 저질렀다니"…난리난 '루이뷔통 리폼' 판결
라이프| 2024-10-28 20:31

기안84가 MBC 예능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에서 명품 가방이 버리기 아깝다며 리폼해 메고 있는 모습[MBC 캡처]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웹툰 작가 기안84는 미적 재능을 살려 옷, 신발, 가방 등 기성품을 리폼해 사용하는 모습을 방송에서 자주 보여준 바 있다. 그러나 리폼이 상표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결이 1심에 이어 2심 법원에서도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특허법원 특별민사항소 31부는 28일 명품업체 '루이뷔통 말레띠에'가 리폼업자 이경한 씨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금지 등 소송에서 이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 씨는 리폼으로 큰 수익을 올려 성공한 사업가로 방송에 소개될 정도로 리폼업계에서는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다.

이 씨는 고객으로부터 루이뷔통 가방 등을 받아 그 원단으로 10만~70만원의 제작비를 받고 가방, 지갑 등을 만들어줬는데, 뤼이뷔통 측은 그같은 행위가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지난해 11월 12일 1심 재판부는 루이뷔통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씨가 15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이 씨는 항소했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마찬가지로 "이 씨는 루이뷔통의 상표가 표시된 가방의 원단을 사용해 리폼 제품을 제조해선 안 되고 루이뷔통에 손해배상금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에서는 이 씨의 행위가 상표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리폼 제품이 상품에 해당하는가가 쟁점이 됐다. 이 씨는 리폼 제품이 새로운 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리폼 제품은 원래 제품처럼 중고품 거래 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되고 독립된 상품으로서 가치를 가지고 있기에 상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리폼 제품에도 원고의 상표가 표시돼 있고, 리폼 제품에 '리폼했음, 재생품임' 등의 표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 수요자들이 해당 제품의 출처가 루이뷔통에서 만든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며 "원고의 허락 없이 상표를 사용해 상표권을 침해한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 씨는 리폼 제품이 기존 제품과 동일성 내에 있기 때문에 또다시 상표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리폼 제품은 모양, 크기, 형태, 기능 등이 완전히 다른 새로운 상품을 생산한 것이고, 이에 따라 상표권을 주장할 수 있다"며 루이뷔통 측 손을 들어줬다.

이 씨는 판결 직후 "상식적이지 못한 판결이며, 소비자 권리 부분을 무시해 굉장히 실망스럽다. 앞으로 옷이나 가방을 리폼하고 자동차를 튜닝하는 등의 행위 자체가 모두 불법이 됐다"며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안84가 명품 신발을 리폼하는 모습[기안84 인스타그램]

1심 판결 당시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SNS에 올린 판결 비판도 주목받고 있다.

박 교수는 당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도대체 누가 상표권침해를 했다는 것일까. 상표권은 자신의 제품이 타인의 것이라고 혼동을 줘서 물건을 팔아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막는다"며 "리폼업자는 물건을 판 적이 없다. 고객들의 물건을 고쳐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표법 아니 모든 지적재산권에는 소진원칙이라는 것이 있다"며 "처음 물건을 팔 때 그 물건에 깃든 지적재산권에 대해 로열티를 받았다면 그 물건에 대한 지적재산권이 소진되었기 때문에 그 이후 그 물건이 어떻게 이용되거나 판매되든 추가 로열티를 요구할 수 없다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로 이 때문에 여러분들이 핸드폰을 중고로 판다고 해서 핸드폰에 들어간 부품의 특허권자들에게 로열티를 떼어주지 않는 것"이라고 예시를 들었다.

박 교수는 "루이비통은 처음 가방을 만들어 팔 때 자신의 상표에 대한 가치를 포함해서 물건값을 받았고 이 가방을 산 사람이 이것을 고쳐쓴다고 해서 또 로열티를 요구할 수는 없다"며 "또는 로열티를 안 냈다고 고쳐 쓰는 것을 막을 수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아예 루이비통 제품이 아닌 물건에 루이비통 상표를 새롭게 붙여 이 물건이 루이비통 제품인 것으로 혼동시킬 경우에만 상표권침해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1심 재판부는 ‘소비자가 제품의 출처를 혼동할 수 있다’고 했는데 리폼제품을 보면 원제품이 루이비통인줄 잘 알고 있는데 무슨 혼동을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루이비통이 저렇게 리폼된 형태의 상품을 만드는 것으로 혼동한다는 뜻인 것 같은데 그건 상표법의 보호범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루이비통에서 나오지 않은 제품이 루이비통인 것으로 보이게 해서 그 제품을 사도록 만드는 행위를 막는 것이 상표법의 목적인데 리폼 루이비통 지갑을 만들려면 순정품 루이비통을 사야 하기 때문에 루이비통 입장에서 경제적 손해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들이 리폼된 물건을 다시 팔아서 문제라는 뜻도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박 교수는 "대중들이 자신의 지식, 손재주, 열정으로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것을 지적재산권이든 뭐든 각종 규제가 막아설 때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악 수준인 경제양극화는 계속 방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저런 식이라면 청바지를 일부러 색을 닳게 해서 중고로 파는 분들도 전부 원제품 청바지 회사에 로열티를 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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