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초접전이라더니…여론조사, 숨은 ‘샤이 트럼프’ 놓쳤나[2024 美대선]
뉴스종합| 2024-11-06 18:38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겸 공화당 대선 후보가 6일(현지시간) 오전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의 웨스트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선거 당일 밤 행사에서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손을 잡고 연설한 뒤 지지자들을 가리키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5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쉽게 승기를 잡으면서 그동안 초접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발표됐던 사전 여론조사가 빗나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대선판에선 전례가 없을 정도로 이변이 속출했던 만큼 주요 언론사와 선거분석 기관은 막판까지도 어느 한쪽으로 저울을 기울이지 못한 채 ‘초박빙’ ‘예측불허’라면서 깜깜이 판세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투표일 다음날인 6일 새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꺾고 사실상 승리를 확정 지은 것으로 나오면서, 앞서 발표된 여론조사는 러스트벨트를 포함해 경합주에 숨어있던 ‘샤이 트럼프’ 표밭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2016년 트럼프 승세를 전혀 읽어내지 못한 채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승리를 점쳤던 여론조사 오류의 악몽이 다시 한번 되풀이되게 됐다.

미 동부시간으로 6일 오전 3시50분 개표 상황으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인단 중 267명을 확보해 ‘매직넘버’ 270명을 코앞에 둔 채 해리스 부통령(224명)을 크게 앞서고 있다. 전국 득표율로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51.2%를 거머쥐면서 50% 선을 넘어섰고, 해리스 전 부통령은 47.4%에 그친 상황이다.

하지만 실제로 내로라 하는 영미권 매체는 투표일 직전까지도 ‘50 대 50’ ‘한끗 차이 승부’라는 헤드라인으로 지면을 도배해왔다. 특히 대선 승패를 가를 경합주라던 7개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압도적 우위를 달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승리를 확정지었다. 나머지 4개주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이들 여론조사는 두 주자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안에 있다면서 박빙 판세로 분석하면서도 나름대로는 ‘종이 한장 차이’를 전제로 어느 한쪽의 미세한 우위를 점치기는 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투표 이틀 전인 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7대 경합주에서 해리스의 4승2무1패 우위를 점쳤다.

하지만 곧이어 4일 발표된 정치매체 더힐 조사에선 정반대로 트럼프가 4승2무1패 우위라고 나타났다.

전국 단위 지지율에서는 여론조사마다 엇갈림도 심하고, 판세도 더 혼전이었다.

미 공영라디오 NPR이 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51%, 트럼프 47%라고 했지만 앞서 전날 발표된 NBC 방송의 전국 여론조사는 두 후보가 49%대 49%로 동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막상 뚜껑을 열어봤을 때는 경합주를 중심으로 한 ‘샤이 트럼프’ 표심이 2016년에 이어 이번에도 위력을 발휘한 것이었지만 사전 여론조사에선 이처럼 숨어있던 트럼프 충성표를 읽어내는 데 실패하게 됐다.

역대 여론조사 중에선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승리를 낌새조차 채지 못했던 것이 최대 흑역사로 꼽힌다. 당시 주요 여론조사에선 대체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여유있는 승세를 점쳤으나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20년 대선에선 여론조사 기관마다 대대적으로 표본집단에서 저학력 백인 비중을 확대하고, 경합주에서 별도 조사를 하는 식으로 손봤다.

올해 여론조사는 최악의 굴욕을 맛본 2016년 당시만큼 빗나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론조사 기관이 의도적으로 지지율 격차를 좁게 추정하면서 판세를 박빙으로 분석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영국 여론조사 기관 포컬데이터 최고연구책임자(CRO)인 제임스 카나가수리암은 투표 직전 인터뷰에서 여론조사 기관들이 빗나간 분석을 했다는 지적을 받지 않으려다 보니 실제로는 박빙이 아닌데도 줄지어 ‘50대 50’이라는 예측을 내놓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론조사 기관들 사이에 군집행동(herding)이 나타나는 증거가 있다. 이는 세 차례 대선 연속으로 트럼프 (지지세)를 과소평가할 것을 우려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기관은 그러면서 자체 통계 모델인 MRP 기법으로는 대선 레이스 내내 트럼프 우위를 점치다가 막판인 3일 해리스 쪽으로 승기가 기울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오전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의 웨스트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선거 행사에 참석해 승리 소감을 밝히고 있다. [AP]

빗나간 여론조사를 내놨던 전문가에는 조롱이 쏟아지기도 했다.

앞서 여론조사 전문가인 앤 셀저는 3일 발표한 아이오와주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47%, 트럼프 44%로 점쳤으나 6일 개표 95% 현재 이와는 반대로 트럼프가 56%로 해리스(42%)를 제쳤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주 6명을 쓸거갔으며, 그의 고문들은 “즐거운 은퇴가 되길 바란다”며 셀저에게 조롱 섞인 말을 했다.

수치보단 분위기로 흘러가는 온라인 베팅에서는 대체로 트럼프에 판돈이 몰렸다.

정치 베팅 사이트 폴리마켓에서는 해리스가 8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바통을 넘겨받아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직후에는 트럼프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승률을 나타냈으나 대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10월 초부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서나가기 시작해 투표일 직전인 4일 현재 당선 확률이 트럼프 60%, 해리스 40%를 보였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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