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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으름장’에 잘 나가던 車 초긴장…대미 수출 ‘빨간불’ 켜질까 촉각 [트럼프의 귀환]
뉴스종합| 2024-11-07 11:20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대선 승리 연설 무대에 올라 지지자들을 가리키며 인사하고 있다. [AP=뉴시스]

[헤럴드경제=서재근·양대근 기자]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수입 품목에 ‘관세 폭탄’을 언급하는 등 통상정책의 전면적 변화를 예고했고, 그동안 강조해 왔던 전기차 보조금의 혜택 축소 등이 현실화 할 경우 북미 시장에서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아 조지아공장에서 현장 직원이 차량의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기아 제공]

7일 완성차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자동차 분야와 관련 ▷수입관세 인상 ▷전기차 보조금 축소 ▷내연자동차 규제 완화 ▷탈(脫) 중국 공급망 가속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관세 급등이 가져올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자동차산업 동향을 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업계의 수출액은 전년보다 31.1% 늘어난 709억달러(약 99조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북미 지역 수출액은 그 절반인 370억달러(약 51조6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외국계를 포함한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자동차·기아·GM한국사업장·KG 모빌리티·르노코리아)의 올해 1~8월 수출 국산차(185만7111대) 가운데 북미로 수출된 물량은 모두 114만73대로 전체 수출 물량의 61.4%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98만3321대)과 비교해 15.9% 늘어난 수치다. 미국으로 수출된 국산차는 97만66대로, 전년 동기 대비 18.7% 늘었다.

작년 미국의 대외 상품무역 적자국 순위에서 한국은 중국·멕시코·베트남·독일·일본 등에 이어 8위에 올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바이든 정부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을 (트럼프 2기 정부에서) 가장 먼저 수술대에 올려 놓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생산한 차량들이 수출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미국의 친환경차 정책도 전면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기차에 부정적인 입장을 펼치면서 보조금 축소 등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통상연구실장은 “트럼프 1기 당시 함께 한 공화당 인사들이 친환경차, 이 가운데 전기차에 관한 각종 혜택 등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었다”며 “이번 선거 결과가 (전기차 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만큼 내연기관과 더불어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 우리 기업들의 전략 수정도 예상된다.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조감도. [현대차그룹 제공]

실제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전기차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차량도 생산할 수 있도록 공장 설계를 유연하게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은 자국 산업 우선주의, 대중국 견제 강화, IRA 지원 감축·폐지를 예고한 바 있어 글로벌 자동차 산업 환경의 재편이 예상된다”며 “관세 인상 등 급격한 통상 정책 변화 시 경영악화, 수출 등에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공급망 및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다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관이 정보를 수시 공유하고 미국 행정부와 의회 대상 아웃리치(통상 대응 활동)를 지속해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미국 완성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자동차의 중형 SUV인 싼타페 하이브리드의 주행 모습. [현대차 제공]

한국기업평가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친환경 정책 후퇴로 전기차 시장 전반이 위축되며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수요·공급 측면의 니즈(요구)가 확대되면서 북미 빅3(GM·포드·스텔란티스), 현대차그룹, 도요타그룹 등 완성차업체 간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적극적인 대미 투자와 이를 통한 우리 기업의 경제 기여도를 적극 강조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바이든 정부가 추진해 온 친환경차 관련 정책은 제동이 걸리겠지만, 이미 한국 완성차 기업들이 미국에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를 공언했고, 이미 일자리 창출 등 미국 경제 성장에 기여해 오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1기 때에도 현대차에 대한 관세를 5%에서 25%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현대차가 현지 공장 설립 등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자 관세 인상 조치를 철회한 사례만 보더라도 트럼프 정부의 색깔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라며 “대미 투자가 지속된다면, 일각에서 우려하듯이 국가 간 신뢰 및 투자 기업과 파트너십을 무너뜨릴 만큼의 극단적인 무역 정책을 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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