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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중소기업 대통령 되겠다”
뉴스종합| 2012-12-26 11:38
전경련 앞서 중기중앙회 방문
“경제 살리려면 中企人이 잘돼야”
대기업엔 일자리·투자 역할론 강조
경제민주화 ‘줄다리기’ 스타트


역사는 반복된다. 돌고 돈다. 다만 그 내용과 색깔이 다소 다를 뿐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대통령 당선 후 재계와 첫 만남을 가졌다. 박 당선인은 26일 오전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 중기단체 관계자와 소상공인업계 대표자를 만났다. 그는 이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찾아 티타임을 가졌다. 당선인 자격으로 처음 가진 재계와의 ‘티타임 스킨십’이다.

박 당선인과 재계의 만남은 방문 순서부터 관심을 모았다. 박 당선인은 중기 단체를 먼저 만났다. 당선인 측 핵심관계자는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의지와 전경련에는 자기 희생적 결단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함의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고, 그래서 제일 먼저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중산층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약속은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이 중심이 된 것”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속에서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사회가 된다면 중산층 70%복원도 빨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당선인은 또한 “대기업의 부당 납품 단가 인하 압력, 기술 탈취, 중소 기업 영역 침해, 불공정 거래 근절 등 대기업과 관계에 있어서도 고칠 것은 확실하게 고치겠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에서는 박 당선인의 발언 수위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티타임에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비롯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이 참석했다. 4대 그룹에선 일본 출장 중인 이건희 삼성 회장만이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경제민주화 당사자들과의 소통 행보를 통해 경제민주화 실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박 당선인은 이날 오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인들과 만나 중산층을 70%까지 늘리는 방안과 유통법 처리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날 만남은 일단 ‘상견례’ 성격이 짙었다. 방문한 이도, 맞이한 이도 너무 깊이 나아가지는 않았다. 당선인은 “일자리와 투자에 대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깊이 고민해 달라”고 했고, 전경련 회장단은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화답했다. ‘긴장 속 협조’라는 재계의 속사정도 엿보였다.

당선인 측과 재계의 본격적인 줄다리기는 인수위 가동 직후, 또는 내년 초 신년하례회에서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벼운 스킨십 뒤에는 굳건한 파트너십이든, 강력한 견제든 특정한 색깔이 뒤따르는 법이다. 역대 당선인 사례도 그랬다.

1997년 당선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선인이 된 지 1주일 만에 경제단체장들을 만났고, 신년 초 주요 그룹 회장들과 회동했다. “짐 되는 기업들을 빨리 정리하라”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5년 전 당선된 지 열흘 만에 경제단체장들과 2시간 동안 오찬을 함께 했다. 테이블에선 ‘비즈니스 프렌들리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을 하고서도 3개월이 지난 2003년 5월에야 4대 그룹 총수와 해외 순방길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재벌 개혁을 표방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재계와 일정 거리를 뒀다. 1993년 취임 3개월 만에 한미재계회의 대표 초청 오찬을 가지며 “투자를 활성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당시 언론이 이 만남에 대해 ‘해빙의 오찬’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박 당선인의 전경련 조기 방문은 뜻밖이기도 하다. 경제민주화 논란은 거세지만 다듬어지지 않았기에 현재로선 알맹이를 주고받을 상황이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룹 총수들과의 만남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번 재계와의 전격 스킨십은 박 당선인이 맨 처음 제시한 ‘민생’ 화두가 기업들의 파트너십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탁상공론에 그칠 수 있음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도 환영할 만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통합을 주창하는 당선인의 국정 철학을 뒷받침하는 것이 경제도 살리고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저성장시대를 극복하는 한 방편이라는 공감대는 넓혀져 있다. 재계 역시 ‘대통합 코드’를 언제든지 준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 당선인의 인수위 출범, 내년 2월 취임, 그리고 본격적인 민생살리기 프로그램 가동. 당장 이런 스케줄 속에서 재계가 긴장을 풀 수 있을지, 더 큰 속앓이를 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영상ㆍ최정호ㆍ원호연 기자/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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