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낙타 바늘구멍 통과하기.’
최근 ‘편입학’ 전형을 두고 하는 말이다.
편입학 정원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들면서 편입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울상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4월 ‘지방대 살리기’의 일환으로 편입학 모집인원 산정방식을 크게 강화해 서울 주요대학의 정원이 최대 86%까지 줄어들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편입학을 준비했던 학생들 사이 경쟁률이 천정부지 올라갔다.
2013년 고려대ㆍ서강대 등 주요 10개 대학의 편입학 모집인원(일반편입 기준)은 897명이다. 전년 1464명에 비해 38.7% 감소했다. 고려대의 경우 2012년도 159명을 모집했지만 올해는 22% 감소한 124명 모집한다. 서강대의 경우 2012년도에 110명을 모집했지만 올해는 15명 모집에 그쳐 86%에 달하는 감소율을 보였다. 중앙대도 서울캠퍼스 기준으로 전년 202명에 비해 82% 줄어든 36명만 모집한다.
자연히 경쟁률은 하늘로 치솟고 있다. 서강대의 경우 1명을 뽑는 신문방송학과에 148명이 지원했다. 전체 15명 모집에 1863명이 지원, 평균 124:1의 경쟁률이다.
중앙대는 2명을 뽑는 역사학과에 무려 421명이 지원해 210.5: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주요대학의 편입경쟁률이 100:1을 쉽게 넘기자 올 해 시험을 준비 중인 수험생은 실망을 넘어 체념한 상태다.
편입준비생 김모(24) 씨는 “지난해 4월 축소방안이 나왔을 때 학원들은 올 해부터 정원이 대폭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켰지만, 결국 말도 안 되는 모집인원에 경쟁률만 치솟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한편 일부 수험생들은 그나마 정원이 좀 더 많은 학사편입을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전형이 끝나지도 않았지만 일찌감치 편입 재수를 준비하는 것.
박모(25) 씨는 “현재 10개 정도 학교 원서를 넣고 시험을 보러 다니지만 경쟁률이 너무 높아 자신이 없다”며 “아예 학교를 자퇴하고 학사편입을 통해 편입재수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4년제 학사학위를 소유한 사람을 대상으로 모집하는 학사편입은 일반편입(2학년 수료 후 지원가능)보다 전체 정원이 많고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학위 취득에 드는 비용과 시간문제로 인해 또 다른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 편입학원 관계자는 “지방대학 살리기는 각 대학의 자체 경쟁력 확보를 통해 이뤄져야 하는데 학생들의 도전 자체를 막는 교과부의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며 “고착화된 학벌사회를 타파하지 않는 이상 편입준비생들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방대학들이 20여 년 전부터 학생들의 도미노 이탈을 막기 위해 편입규모를 줄여달라고 요구해왔다”며 “학사편입 정원은 시차를 두고 줄이는 등 혼란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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