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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위대하게’ 동네바보로 위장한 꽃미남간첩역 김수현, “텔레토비 보고 바보 연습”
엔터테인먼트| 2013-05-29 09:16
“‘텔레토비’ 캐릭터의 ‘안녕’ 인사와 몸짓을 떠올리며 바보 연기를 했습니다.”

동명 웹툰을 스크린에 옮긴 ‘은밀하게 위대하게’(감독 장철수)의 김수현(25)은 “영화 첫 주연이라는 부담감을 이겨내야 했다”며 “4가지의 색깔을 가진 인물을 연기해야 했고, 강도높은 액션도 처음이라 초반엔 훈련의 고통도 컸다”고 말했다. 드라마 ‘드림하이’에선 ‘송삼동앓이’를, 사극 ‘해를 품은 달’에서는 ‘훤앓이’. 출연작마다 극중 인물에 빗댄 여성팬들의 열광을 이르는 ‘~앓이’를 불러일으킨 김수현이다. 영화 첫 주연작에서 느낀 부담감엔 전작들의 ‘거대한 성공’이 가져온 후유증도 얹혀 있을 것이다. 2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수현은 목소리가 살짝 떨렸고, 웃는 얼굴에도 가벼운 긴장이 서렸다.

“지난해 ‘해품달’이 끝나고 갑작스럽게 많은 사랑을 받게 됐는데,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졌고 무엇보다 겁이 많아졌어요. 지레 조심한다고 집 밖에도 못 나가고, 바깥에선 숨어 다니고 사람이 점점 작아지는 것 같더군요. 그러다보니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내가 너무 과잉했구나 깨달았죠. ‘알고보면 아무도 나한테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생각을 고쳐 먹었습니다.”

소년과 청년, 평범함과 특별함, 소박함과 세련됨, 천진함과 영리함이 교차하는 이미지뿐 아니라 ‘신인답지 않다’는 관용적 찬사를 넘는 잘 조율된 감정표현과 설득력, 호소력을 갖춘 연기력은 김수현을 2010년 이후 가장 ‘핫’한 스타로 떠오르게 했다. 만일 자신을 향한 기대에 응답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모두 증명하겠다는 야심으로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선택했다면, 김수현의 결단을 매우 타당했다. 


“주인공에겐 4가지 색깔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사상에 철저한 엘리트 요원의 북한말, 그가 훈련받고 완전히 숙달된 남의 표준어, 남파 후 위장한 동네바보의 억양, 남에서 사회화된 후 갖게 된 목소리입니다. 휴대폰으로 스스로 녹음을 해서 듣기도 하고, 주위의 동료 배우에게 모니터링을 청하기도 했습니다. 북한말은 탈북자에게 배웠고, 바보의 말과 몸짓은 ‘텔레토비’(영국의 유아용 인형 프로그램)에서 가져왔어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남파 공작을 목적으로 ‘살인기계’로 훈련받은 청년이 명령대로 남한의 한 달동네에 ‘바보’로 위장해 살아가며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평범하고 가난하지만 가슴 따뜻한 이웃들의 삶에 동화될 무렵, 주인공은 북한 내 권력투쟁과 남북 화해 무드로 인해 더이상 불필요한 ‘제거 대상’이 되면서 벌어지는 비극이 담겼다. 코미디와 스릴러, 가족 휴먼드라마에서 스파이 액션과 꽃미남 청춘물까지 젊은 관객들이 좋아할만한 장르의 종합선물세트고 김수현은 이에 척척 말과 몸을 맞춰간다. 김수현의 소속사인 키이스트의 선배 배용준은 그와 가끔 통화하며 “잘 돼가냐? 잘 해봐라”는 짧고 굵게 격려했고, 27일 시사회를 본 이후엔 “잘 되리라 믿는다”는 한마디로 만족감을 표했다. 김수현의 영화데뷔작이자 전작인 ‘도둑들’의 최동훈 감독은 시사회 후 뒷풀이를 찾아 “지금처럼 잘 해주면 좋은 배우가 될 것”이라고 덕담을 했다. 그리고 김수현은 고교시절 아는 형을 따라 연극을 처음 배웠던 연대의 연극동아리에서 들었던 한 마디를 가슴에 새겼다.

“배우에게 감정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억해내는 것이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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