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가하락으로 러 압박할수도
국내 정유 · 화학업종 투자에 주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전문가들은 군사적 충돌이 실제 야기될 경우 유가 급등이 지난해 이집트와 시리아 사태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미국이 유가를 러시아 압박카드로 사용하면서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정유와 화학 업종 투자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4일 한국투자증권은 과거 미국이 러시아 압박 수단으로 유가 약세를 활용했던 점을 들어 원유가 하락을 예상하는 보고서를 냈다. 러시아는 일평균 원유 생산량 1위, 글로벌 원유 수출국 2위의 산유국이다.
양정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비군사적 방법은 유가 하락”이라며 “실제 1991년 소비에트 연방 해체,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 선언에 앞서 선행된 것은 유가의 급격한 하락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원유 가격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당분간 한국 정유사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이 인위적 가격 조정에 나서지 않을 경우에는 오히려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의 단기 급등 가능성이 예상된다는 주장도 있다.
민병규 동양증권 연구원은 “과거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 국면에서 국제유가의 저항선은 배럴당 110달러에서 형성됐으나 러시아가 원유 시장에서 가지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일시적으로 이를 상회할 가능성도 열어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국제유가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밀접한 움직임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이집트 내전이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4월부터 9월까지 국제유가(WTI)는 24.7% 급등했고, 이 기간 한국거래소 에너지 화학 업종 지수는 8.3% 상승했다.
민 연구원은 “정유나 화학 업종의 경우, 유가 상승 시 보유 재고를 우선 소비하는 동시에 유가 상승분을 판매 가격에 전이하는 방식으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면서 “또 유가 강세가 일정 기간 이어질 경우 재고 평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연진 기자/yjsu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