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약해져 감기 노출도 쉬워져…자주 환기 · 실내온도차 5도 이내로
한 여름을 방불케 하는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폭염특보 발령 기간(6∼8월)에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등 온열질환자가 모두 1195명 발생했고 14명이 사망했다. 올해도 지난헤에 못지않은 폭염이 올 전망이다. 하지만 과도한 냉방기구 사용으로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있다. 냉방을 하고 있는 건물이나 자동차 내부와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 찬 공기에 노출되면 두통, 전신피로감, 소화불량, 설사, 근육통 및 생리통 등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런 증상을 ‘냉방병’이라고 칭한다.
▶ ‘빌딩증후군’으로 생기는 냉방병, 자주 환기시켜야=냉방병의 원인들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가 최근 들어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에어컨의 냉각수나 공기가 세균들로 오염되고, 이 세균들이 냉방기를 통해 전 빌딩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감염시키는 것이다. 증상은 일반 감기와 비슷해 ‘여름 감기’에 걸렸다면 이를 의심하여 볼 수 있다.
둘째는 무더운 외부 온도에 비해 내부 온도를 에어컨으로 너무 낮게 설정하여 놓음으로서 우리 몸이 양 온도 사이에서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으로, 주로 자율신경계의 탈진에 의한다. 온도가 올라가면 ‘순응’이라는 과정을 거쳐 우리 몸은 더위에 적응하게 되는데, 약 1-2주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 순응기간에는 자율신경계의 무리가 따르는데, 피곤하고 소화가 잘 안 되고 두통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기간이 지나면 우리 몸은 새로운 환경에 맞게끔 조절이 된다.
그런데, 무더운 여름에 에어컨으로 냉방된 실내에서 지내는 현대인들은 여름이 되어도 ‘순응’의 기회를 잃어버리고, 대신 밤낮으로 순응을 반복해야 한다. ‘순응’기간에 발생하는 자율신경계 탈진 증상이 계속 나타나는 것이 또 다른 ‘냉방병’이다.
세번째로 ‘빌딩증후군’의 일종으로 나타나는 것인데, 냉방의 유지를 위해서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음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에어컨의 청소를 등한히 하거나, 실내에서 담배 등으로 오염 물질을 계속 유발할 경우는 더욱 심각해진다. 최근 새로이 각광 받고 있는 공기청정기도 그 기능이 완벽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살처럼 근육통과 두통 증상 두드러지는 ‘냉방병’=냉방병의 증상은 전신증상으로 두통과 피로감, 근육통, 어지러움, 오심, 집중력 저하가 흔하며 어깨, 팔다리가 무겁고 허리가 아픈가 하면 한기를 느끼기도 한다. 위장증상으로 소화불량, 복부팽만감, 복통, 설사를 들 수 있으며 심한 경우 메스꺼움과 구토증상이 나타난다. 여성의 경우 생리가 불규칙해지고 생리통이 심해진다.
냉방기구를 장시간 사용하면 습도가 저하되어 눈물, 콧물 등의 점막 자극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만성질환자와 노약자는 특히 조심해야한다. 아이들은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정도가 어른보다 약하기 때문에 여름철 에어컨 사용 및 일교차에 의한 온도 변화에 대처하기가 힘들고, 무더위 및 발열 등으로 탈수 증상도 빠르게 진행한다.
또한 만성질환자 중에 특히 심폐기능 이상 환자, 관절염환자, 노인 등의 신체허약자, 당뇨병환자는 냉방병에 더 걸리기 쉽고 기존질환의 악화를 초래한다. 특히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면역 저하 환자는 레지오넬라 감염에 의해 중증 폐렴을 일으킬 수 있다. 호흡곤란 증상이 발생할 경우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 냉방병으로 면역력 약해지면 ‘여름감기’ 자주 걸려=냉방병은 대체로 ‘여름감기’와 혼동이 되는 경우가 많다. 여름철 감기는 계절과 상관없이 발생하는 리노바이러스나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많고, 그 외에 복통, 구토, 설사 등을 동반하는 장바이러스에 의한 감기가 있을 수 있다. 냉방기를 장시간 사용하면 점막이 건조해져 바이러스에 대한 충분한 방어벽을 형성하지 못해 쉽게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냉방병으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지면 감기에 자주 걸린다. 그리고 한 번 걸리면 잘 낫지를 않으며, 기침, 콧물, 인후통을 호소하게 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냉방병 자체만으로는 기침, 가래 등의 호흡기 증상은 없으며, 몸살처럼 근육통과 두통 증상이 두드러진다. 손이나 발, 얼굴이 붓거나, 피로감, 권태감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몸이 붓는 것은 주위의 온도가 내려감에 따라 몸에서 발산되는 열을 막기 위해 혈관이 수축되기 때문인데, 외부로 발산된 열만큼 몸에서는 또 열을 계속 생산하기 때문에 쉽게 몸이 붓는 것 외에도 피로를 느끼거나, 졸리고, 권태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대형빌딩, 호텔, 백화점, 학교 등의 냉각탑에서 서식하는 레지오넬라균은 중앙 냉방용 에어컨을 통해 전 건물에 퍼져 폐렴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냉각수 살균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보통 건강한 사람들은 레지오넬라균이 있다 해도 바로 폐렴에 걸리지 않는다.
피로와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있거나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는 사람, 질병에 취약한 영유아와 노인이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실내와 외부 온도차 5도 안팎으로 유지해야=냉방병을 예방하려면 냉방기구를 사용하더라도 실내와 외부의 온도차를 5도 안팎으로 유지하고 1시간 간격으로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장시간 냉방을 계속하는 곳에서는 미리 긴소매 겉옷을 준비하여 체온조절을 하고, 실내에서도 가끔씩 몸을 움직여 근육의 수축을 막고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 1~2시간마다 10분 이상씩 틈틈이 바깥공기를 쐬면서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냉방이 잘되는 실내에서는 찬 음료보다 따뜻한 물이나 차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김미영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냉방병은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냉방기구의 사용을 중단하면 수일 내에 증상이 좋아진다.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우선 에어컨을 끄고 충분한 환기를 한 다음 휴식을 취하는 것이 기본적인 치료법”이라며 “긴 옷으로 갈아입어 몸을 따뜻하게 하고 마사지를 하거나 따뜻한 찜질 등을 이용해 혈액순환을 돕고,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거나 심호흡, 산책 등 몸에 땀이 나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운동으로 체온을 높여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