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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폭파한 거대 석불 복원 논란
뉴스종합| 2014-09-25 10:51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과거 탈레반에 의해 파괴된 고대 석불을 복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2~5세기 쿠샨 불교 왕조가 바미안주 힌두쿠시 산맥 절벽의 한 면을 파서 축조한 거대 마애석불 두 개가 주인공이다. 53m, 35m의 높이로 세계 최대 크기의 석불로 불렸지만, 2001년 탈레반 정권이 ‘이슬람 모독’과 ‘우상 숭배’라는 이유를 들어 완전히 파괴했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서쪽으로 125㎞ 가량 떨어진 바미안 석불터에는 지난해 말부터 재건을 위한 기초 단계로 벽돌 기둥들이 세워졌다.

바미안 석불이 파괴되기 전의 모습 [자료=위키피디아]

그 위에 대(臺)를 올려 공사 중 돌이 관광객 머리 위로 떨어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용도로,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아프간 정부는 이를 토대로 탈레반에 의해 폭파된 석불 두 개 중 적어도 하나를 복원한다는 입장이다.

압둘 아하드 아바시 유적보전부 장관은 “석불 중 하나를 다시 세웠으면 한다”면서 “이제 불교 신자는 없지만 바미안 주민들과 아프간 정부는 우리의 역사유산을 되살리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바이안 석불터. 일부 전문가들과 유네스코는 여기에 관광객 보호용으로 세워진 벽돌 기둥이 아프간 정부가 본격 복원공사에 들어가기 전 석불의 발 부분을 만들기 위해 세운 토대라고 보고 있다. [자료=WSJ]

그러나 정부의 뜻대로 석불을 복원하기 위해선 먼저 석불터를 보존해야 한다는 반대론을 넘어야 한다. 학계는 아프간 역사의 비극을 기억해야 한다며 석불 복원을 반대하고 있다.

석불 복원 과정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도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석불 한 개를 다시 세우는 데 2000만달러가 들고 공사 기간은 5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재 25%~70%밖에 남지 않은 잔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적 방법도 고안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라는 걸림돌도 존재한다.

바미안 석불터와 그 일대 잔해들은 200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어 복원을 추진하려면 이들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아프간 정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측에 복원 의사를 알렸고 현재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만약 WHC의 허락 없이 재건 공사를 강행하면 세계문화유산에서 탈락될 수도 있다.

2001년 당시 탈레반이 석불을 파괴하는 모습.

다만 최근 유네스코의 입장이 ‘석불터 유지’에서 ‘복원’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여서 아프간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네스코는 바미안 석불 복원 가능성을 다각도로 판단하기 위해 아프간 정부와 각계 전문가, 시민사회 대표들을 모은 대규모 국제회의를 처음으로 내년 일본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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