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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명의들-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정동섭 교수]심장의 엇박자 부정맥…하이브리드 수술법 국내 첫선
라이프| 2015-03-26 11:25
맥박 1분에 60~100회 벗어난 질병
두근거림·어지럼증·흉통 등 동반
과도한 마라톤·알코올 중독자도 발생

가슴절개·심장 일단중지후 수술이 일반적
흉터 남고 위험성 많아 네델란드 유학결심
150차례 수술 93% 성공…국내외 호평



“처음에는 돼지였어요. 사람과 심장의 모양이나 위치가 꼭 같은 돼지를 가져다 가느다란 흉강경을 밀어 넣어 ‘팔딱팔딱’ 뛰는 심장에서 부정맥 발생 부위를 찾아 고주파로 절제하는 실험을 돼지 7마리로 시작했죠. 첫 3마리는 수술도중에 심장이 터지거나 수술이 완료가 안돼서 죽고 4번째 돼지는 성공, 5번째는 수술자체는 성공했지만 얼마 안가 죽고, 나머지 6,7번째 돼지는 성공이었어요. 수술 노하우가 쌓이자 자심감이 생겼죠. 사람에게 첫 수술은 2012년 2월 21일. 날짜도 잊지 않고 있어요. 첫 수술이 성공하는 그 때를 말이죠. 제 인생에서는 그 날은 정말 1분 1초가 모두 기록이에요.”
국내 최초로 하이브리드 부정맥 수술법을 도입한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정동섭 교수.

국내에서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의 개념을 선보인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정동섭 교수 얘기다.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는 가장 흔한 부정맥 형태인 심방세동을 내과적 치료에 외과적 수술을 더한 방법을 말한다. 부정맥은 말그대로 맥박이 부정기적으로 뛰는 현상으로, 1분에 60~100회까지 뛰는 맥박이 부정기적으로 그 범위를 벗어나는 것을 말하는데 1차적 원인은 맥박을 일으키는 심장의 전기 신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지만 그 외 원인이 너무나 많아서 환자의 증상이 얼마나 위험한지 단정 짓기 힘들다.

“심방세동이 생기는 이유는 아직까지 직접적인 원인은 밝혀진 것이 없어요. 가족 중에 환자가 있으면 일반인보다 2배정도 위험이 크고 특히 마라톤을 과도하게 하는 분에게 자주 발병이 되고 알코올중독증 환자에게도 많이 발견이 됩니다.”

부정맥은 복잡다단한 질병이다. 종류도 20여 가지가 넘는다. 2심방 2심실로 이뤄진 심장의 어떤 곳에서 부정맥의 원인이 시작됐는지, 혹은 맥이 정상보다 빠른지 느린지에 따라 그 이름과 증상의 경중이 나뉜다.

“전형적인 증상은 심한 두근거림과 어지러움, 흉통이 동반되죠. 뇌졸중 환자의 경우 30%가 심방세동을 동반하고 심방세동을 앓는 환자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5~7배가 뇌졸중 위험이 있어요. 심근경색이 와서 심방에 혈전이 생기면 혈관에 생기는 것보다 ‘혈전(피떡)’이 훨씬 더 커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요.”

부정맥의 치료는 최근까지도 가슴을 열고 심장을 멈춘 뒤 부정맥 발생 부위를 직접 눈으로 보며 수술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 방법은 흉터가 크게 남을 수 밖에 없을 뿐더러 심장을 멈추는 일 자체가 환자에게 큰 부담이 됐다. 주로 내과적 치료 방법을 택해야 했던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내과 단일 치료만 했을 때 정상박동으로 돌아오는 비율이 55~70%에 불과하고, 혈전에 대한 우려가 남을 수 밖에 없었다. 정상박동으로 되돌아오더라도 뇌졸중 등 추가적인 질병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평생 와파린(혈전용해제)을 복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 교수는 이러한 부정맥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당시 부정맥 하이브리드 수술이 널리 확산중이었던 네덜란드로 떠났다.

“2011년 말 네델란드 암스테르담 메디컬센터를 가방 하나만 들고 찾아갈 때만 하더라도 긴가민가했어요. 국내에서는 개념조차 희미했던 터였거든요. 더욱이 어지간한 손기술과 협업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배우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어요.”

국내로 돌아온 정 교수는 돼지실험을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한 후 국내최초로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의 시작을 알렸다.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의 핵심은 정 교수가 유럽에서 들여온 ‘흉강경 고주파 절제술’에 있다. 몸에 작은 구멍을 내고 그 속으로 가느다란 흉강경을 밀어 넣은 뒤, 심장이 살아 뛰고 있는 상태에서 부정맥 발생 부위를 고주파로 절제하는 것을 말한다. 이 수술법이 국내에 도입돼 대성공을 거두자 기존 내과치료와 시너지를 내기 시작했고 부정맥치료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 수술법이 지난해 7월 국내 첫 선을 보인 이후 최근까지 150례를 달성하면서 최근 2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92.6%가 정상박동을 되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에서의 호평도 쏟아졌다. 얼마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51회 미 흉부외과 연례 학회에서 정 교수팀이 발표한 국내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 결과는 큰 주목을 받았다. 가장 중요한 환자의 중장기적 안전성과 관련해서 지금까지 사망사례가 단 한차례도 보고되지 않았고, 치료 도중 심폐우회술이 필요한 응급상황이 발생했던 적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창기에는 흉강경 삽입을 위해 10mm 정도 구멍을 뚫어야 했지만, 지금은 5mm로 줄어들었고, 3mm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흉터에 대한 부담도 거의 없어진 셈이다. 회복기간도 대폭 단축됐다.

“기존 개흉수술이 5시간 이상 걸리고 회복기간도 2개월 이상 걸려 일상생활을 못하지만 하이브리드수술은 2~3시간 정도면 마칠 수 있고 회복 기간도 짧아 4일정도 입원하면 충분합니다.”

외과의사로서 정 교수가 생각하는 자질은 ‘결단력’이다. “수술 전날은 정말 성직자처럼 행동해야 해요. 일찍 귀가하고 다음날 수술에 대해서 머릿속으로 전반적인 플랜을 짜고 머릿속 가상수술을 하죠. 외과의사는 손기술보다는 돌발변수나 중요한 판단의 순간에 가장 합리적인 결단을 주저없이 내릴수 있는 ‘냉정함’이 필요한 자질입니다.”

취미는 ‘배구’다. “동호회도 가입하고 주말마다 배구를 즐겼는데 거기서 운명의 ‘짝’도 만났어요. 제 집사람이 전 한일합섬 프로배구선수였는데 ‘전국 어머니 카네이션배’라는 대회의 시범경기에 동호회 사람들과 같이 나갔다가 우연히 보고 반해서 제가 2년간 쫓아다녀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딸만 넷인 ‘딸부자’인데 큰 딸(중1)이 의사를 하고 싶다고 하네요.”

정 교수는 의대진학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항상 준비된 삶을 사는게 중요한거 같아요. 삼성서울병원에서 3대 심장 대가를 꼽으라면 심장판막수술의 박표원 교수님, 관상동맥은 이영탁 교수님, 대동맥은 성기익 교수님이 계시는데 이런 대가분들 처럼은 안되더라도 나는 뭐를 할 수 있을까 늘 고민했죠. 심장판막, 관상동맥, 대동맥 환자는 심방세동이 많이 생기는데 세 교수님들 덕분(?)에 환자들이 많이 오니까 자연스럽게 이 부분을 내가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준비하다보니까 저에게도 한 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오더라구요.”

정 교수는 앞으로도 다양한 부정맥 증산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심실세동에도 하이브리드 수술을 확대할까 합니다. 심실세동은 심장의 펌프역할을 하는 심실에서 근육의 수축이 빠르게 나타나는데 방치하면 환자가 단기간에 사망하는 대단히 위험한 증상이예요. 특히 최근 젊은층에서 길을 걷다가, 혹은 일을 하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응급실로 와 돌연사하는 부정맥환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질환입니다. 올해부터는 심실부정맥을 본격적으로 연구할 계획입니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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