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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명의들-아주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철호 교수]친절한 ‘최고 서전’…목·입안·식도 부위 두경부암 권위자
라이프| 2015-04-09 11:09
음식·연기 등 외부자극 많은 목 안쪽
종양 생겨도 잘 몰라 병변 악화 십상

새 치료법 개발…관련특허만 10건
세계 첫 침샘암 로봇수술법 보고
환자·동료들 존경·신망 한몸에



“먹고(식도), 숨쉬고(후두), 말하는(인도) 기관에 암덩어리가 생기면 ‘두경부암’이라고 하는데 그것말고도 뇌 아래에서 흉곽 바로 위쪽까지 생기는 모든 암이 해당됩니다. 두경부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치료성적이 좋은 암인데 입안의 염증이나 목에 생긴 혹 등을 대수롭지않게 생각해 초기치료를 놓쳐서 이미 3~4기쯤 된 진행성병변을 가진 상태에서 오시는 환자분들이 많아요. 진행성이 되면 생존율은 30~40% 정도로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우리 인체에서 혹이 가장 잘 생기는 부위가 바로 ‘목’이다. 목에는 후두, 인두, 식도 등 호흡기 및 소화기계 기관과 각종 신경, 갑상선, 300여개의 림프절 등이 모여 있다. 게다가 목은 자극성 강한 음식물이나 담배 연기, 탁한 공기 등이 지나가는 통로여서 외부 이물질에 의해 끊임없이 자극을 받고있는 곳으로 이런 외부적 자극은 정상조직을 비정상종양으로 변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목에 혹이 생겨도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거나 모르고 지내기 십상이다. 목에 생기는 혹은 대부분 목 안쪽으로 자라서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아주대병원 두경부클리닉을 이끌고있는 이비인후과 김철호 교수(47)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두경부암 분야에서 ‘손기술’ 좋기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의사다. 하지만 김 교수의 진가는 바로 환자와 동료들의 평가에서 나온다. 김 교수는 수술실에서 생활하는 간호사들이 매년 초 선정하는 ‘베스트 서전(외과의)’상을 가장 먼저 수상했다. 넉넉한 인상에서 나오는 친절함은 ‘암’이라는 청천벽력의 상황에 직면한 환자들에게 안도감을 준다는 게 동료들의 평가다.

‘두경부’라는 용어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미국에서는 매년 3만5000여명의 새로운 암환자가 발생할 만큼 흔한 암으로 우리나라도 매년 증가추세다. 가장 많은게 ‘후두암’으로 국내에서 한해 약 1300~1400여명 정도가 발병하며 구강암 역시 1000여명 이상 발병하는 암이다. “후두암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감기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오는 분들이 많아요. 감기나 목소리를 많이 써서 생기는 목의 불편함은 3주 이내에 좋아지는데 반해 후두암은 지속적으로 점차 쉰목소리가 지속되고 장기적으로 목소리도 변합니다. 구강암의 경우도 혀 등에 혹이 생기는데 이게 안없어지고 혀가 헐어있다거나 뾰루지가 2~3주가 지나도 없어지지 않으면 바로 전문의에게 검사를 받아보아야 합니다.”
두경부암 권위자인 아주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철호 교수가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두경부암은 유전적 소인이 크기 때문에 가족 중 구강암이나 후두암 발병이 있다면 반드시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야한다.

두경부암은 ‘전이’가 잘되는 암이다. “우리 몸에 ‘임파선’이 약 900여개 정도가 있는데 목 부위에만 300여개 정도가 몰려있어요. 외부의 이물질은 거의가 입과 코 등으로 첫 유입이 되는데 림프절은 이들 유해물질을 걸러내는 방어기전이자 면역기전으로 작용하는데 이 부위에 암이 생기면 암덩어리가 이 림프선을 타고 온 몸을 돌아다니면서 다른 장기에 들어가 전이가 됩니다.”

환자들은 얼굴부위에 암덩어리가 생기면 ‘죽고사는’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수술후의 얼굴변화로 인한 사회생활의 불편함 때문에 ‘미용’과 ‘재건’에 관심이 많다. “수술부위가 얼굴쪽이다보니 다른 장기에 비해 광범위하게 조직을 떼어내는 것이 환자의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죠. 수술 후 삶의 질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환자들의 요구로 ‘보존적’인 접근할 수 밖에 없어요. 어떤 환자는 방사선 치료까지 끝내고 수술로 후두를 다 떼어야하는데 후두제거 후 목부위에 구멍을 뚫고 평생을 살아야하니까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견디다가 죽겠다하고 수술을 거부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이런 환자분들도 결국은 숨을 잘 못쉬고 음식도 제때 못먹고하니까 참을 수가 없어서 결국은 다시 병원에 찾아오는데 이미 말기로 진행이 돼 오는 환자들이 많아요.”

두경부암은 다른 암에 비해 타과와의 유기적인 협진시스템이 무척 중요하다. 협의진료가 중요한 이유는 두경부암이라는 질환이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이다.

“수술의사는 물론 치료방사선과, 종양내과, 두경부를 전문으로 하는 진단방사선과와 병리과의 도움이 필요하고 제거된 장기의 재건을 위해 성형외과와 치과의 도움도 필수죠. 다양한 인력이 하나의 팀으로 치료의 결정에서 실제 치료와 재활, 때로는 임종까지 조화롭게 협력하는 것이 두경부암 치료의 힘든 점이자 성공적 치료의 관건이라 할 수 있어요. 팀워크면에서 우리 병원의 협진시스템은 최고로 자부할만합니다.”

김 교수는 ‘학구파’ 로도 유명하다. 두경부 침샘암에서 세계 최초로 로봇을 이용해 뒤귓바퀴 절개를 통한 경부림프절 절제 수술법을 보고했고 최근에는 중개연구를 통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해당 진료분야와 관련한 특허 등록 및 출원 10건, 기술이전 5건, 우수연구 관련 수상 10건 이상의 기록도 가지고 있다.

김 교수가 힘들기로 소문난 이비인후과를 선택한 계기는 공중보건의 시절이었다. “피부과를 지원할까도 생각했지만 공중보건의를 전남 해남에 ‘희망원’(부랑아수용시설)과 가평 꽃동네에서 했는데 그때 이비인후과 환자가 많아 관심이 생겼어요. 솔직히 이비인후ㆍ두경부외과는 육체적으로 힘든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보람은 있어 선택하기 잘했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특히 세브란스병원 근무당시 우리나라 두경부암 최고 명의이신 최은창 교수님이 저를 자식처럼 항상 도움을 주셔서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잇습니다. 제가 인하대의대 출신인데 인하대 의료원장이신 김영모 의무부총장도 정신적인 멘토로 많은 격려를 해주셨어요.”

김 교수는 취미는 ‘서예’와 ‘늦둥이 딸보기’이다. “서예는 공중보건의 시절 초야의 서예가를 만나서 배웠어요. 고도의 집중울 요하는 외과의사에게 잘맞는 것 같기도하고. 늦둥이 막내딸(7살)이 있는데 둘째와도 11살이 차이가 나죠. 힘든 수술을 마치고 딸을 보면 힘든게 눈 녹듯이 사라질 정도로 예뻐요. 저 딸바보 맞죠?”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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