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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휴가산업 새거부들①일상탈출 휴가비, 新억만장자 주머니로
뉴스종합| 2016-07-28 10:21
- 항공ㆍ숙박ㆍ레저 등 휴가준비 과정마다 ‘보이지 않는 손'
- 플랫폼 거머쥔 3인방 2010년대 들어 폭발성장…기업가치 최대 수십조원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ㆍ민상식 기자]어설픈 미사여구도 필요없다. 휴가(休暇)는 말 그대로 놀면서 쉬어가는 틈이다. 일상 속 쳇바퀴를 잠시 멈추는 나만의 정거장과 다름없다. 중요한 건 이 정류장에 있는 동안 무엇을 이용해 어떻게 즐기느냐다.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준비 시간과 돈은 필수다.

이 기회비용은 적을수록 이득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편리한 휴가준비를 위해 또 다른 정거장, 즉 ‘플랫폼’을 찾는다. 싸고 마음에 드는 옵션만 모아놓은 곳이다.

여기, 플랫폼으로 당신의 휴가를 도와줄(?) 신흥 억만장자들이 있다. 우리가 놀고 쉴 준비를 하는 과정마다 그들은 ‘길목’을 쥐고 있다.

여행의 새 트렌드와 맞물려 이들 스타트업 출신이 번 돈은 천문학적이다. 그렇게 쌓인 막대한 기업가치는 덤이다. 

가레스 윌리엄스 스카이스캐너 창업자 [출처=헤럴드스코틀랜드]

▶ “내가 편하려고 만든”항공 예약 사이트, 1.8조 ‘유니콘’등극=다음 달 휴가를 앞둔 회사원 김제희(가명ㆍ32)씨는 2013년부터 항공편 예약 어플리케이션 ‘스카이스캐너’를 이용해 비행기를 잡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표값이 싸고 예약도 편해서다.

2001년부터 준비해 2003년 스카이스캐너를 정식 창업한 가레스 윌리엄스도 똑같은 생각이었다. 스코틀랜드에 살던 그는 매년 가까운 프랑스 알프스 지역으로 여행을 다닌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다. 그러나 여행 준비는 언제나 힘들었다. 마음에 드는 이동수단을 고르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

“저렴하고 안락함을 모두 갖춘 비행기편을 잡는 건 여간 힘들지 않았다”고 고백한 윌리엄스가 직접 항공예약사이트를 만든 계기다.

가욋일로 시작한 일은 그의 사업이 됐다. 특히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가 확산하며 이용자는 급증했다. 2013년 스카이스캐너를 다운로드 한 이용자는 2000만명을 넘겼다. 전년 대비 400% 뛴 수치였다. 이때부터 한국 이용자들도 폭증했다. 2년 뒤인 2015년, 윌리엄스 등이 만든 이 앱은 세계 5000만 명 이상 쓰는 플랫폼이 됐다. 

스카이스캐너 앱 화면

현재 스카이스캐너가 매일 처리하는 여정은 30억 건이다. 연간 항공권 거래규모도 148억달러(16조8500억원)에 달한다. 항공사와 고객을 잇는 대가(수수료) 위주로 수익을 낸 스카이스캐너는 주요 인터넷사이트들과도 연계해 기업간(B2B) 사업에도 진출한 상태다.

투자자들도 잇따라 러브콜을 보냈다. 작년까지 세콰이어캐피탈 등 2개 사의 수혈을 받아온 이 회사는 올 초 5개 투자사에서 1억9200만달러(2180억원)를 유치했다. 기업가치는 16억달러(1조8000억원)로 뛰었다. 2000년 이후 몸값이 가장 높은 영국 스타트업이 된 스카이스캐너는 10억달러 이상 가치를 지닌 새 기업을 일컫는 ‘유니콘’에도 끼게 됐다.

관심만 많이 받은 게 아니다. 실적도 양호하다. 스카이스캐너의 매출은 7년 연속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작년엔 1억8300만달러(2080억원)를 벌어들였다. 현금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세전순이익(EBITDA)도 3400만달러(390억원)를 찍었다.

▶여름에만 1700만명…세계 최대 숙박기업 앞둔 에어비앤비=올해 김씨의 목적지는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몰타다. 평생 한 번 가기도 쉽지 않은 곳인 만큼 현지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다. 1박에 5만8000원 가량을 주고 바다가 보이는 작은 아파트 한 곳을 예약했다.

이 숙소를 찾아 준 플랫폼은 에어비앤비다. 숙박업계 우버(차량 공유서비스)로 불리는 이 기업은 온라인에서 일반인 집과 여행객을 연결한다. 주택 소유자는 빈 집을 사이트에 올려 여행객에게 돈을 받고 제공한다. 

평범한 산업기술 디자이너였던 브라이언체스키(35)가 2007년 손님 3명을 받으며 시작한 에어비앤비는 팬을 폭발적으로 늘렸다. 특히 체스키는 2010년부터 “(남의 집에서)직접 자 봐야 서비스 개선이 가능하다”며 5년 간 자신이 만든 서비스를 체험했다.

정성(?)이 통했을까. 에어비앤비를 거쳐간 여름철(매년 5월말∼9월 초 기준) 이용객은 2010년 4만7000명에서 지난해 150개국 1700만 명으로 360배 가량 불었다. 작년 연간 이용자 6000만명(최소기준)의 30%가량이 휴가철 고객이었던 셈이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휴가를 즐긴 이용객은 지난해 1700만 명에 달했다. [출처=에어비앤비 리포트]

사용자만 급증한 게 아니다. 이 회사의 몸값도 상당하다. 지난해까지 24억달러 규모 자금을 유치한 에어비앤비는 지난 2월 기준 기업가치 255억달러(28조5000억원)를 찍었다. 글로벌 3대 호텔체인 힐튼ㆍ매리어트ㆍ하얏트의 시가총액도 모두 제쳤다.

중요한 건 전문 숙박업 시장에서 에어비앤비의 행보가 이제 시작단계라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작년 9월 이 회사가 휴가 이용객(단기숙박 등)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전용 서비스를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사실상 ‘세계 최대 숙박기업=에어비앤비’라는 평가가 자연스러운 이유다.

현재 33억달러(3조7500억원)에 머물러 있는 체스키의 개인자산도 앞으로 꾸준히 늘어날 확률이 높아졌다.


▶차고에서 만든 ‘서프스티치’…레저플랫폼 거물로=물놀이가 취미인 김씨는 새 래시가드 등 레저용품 쇼핑도 전문 플랫폼에서 해결했다. 바로 호주의 창업자가 만든 사이트 ‘서프스티치(Surf Stitch)’를 통해서다.

이 회사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렉스 페더센(Lex Pedersenㆍ40)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의 서핑용품 체인 서펙션(Surfection)을 15년 이상 운영했다.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만큼 배짱도 있었다. 그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와중에도 동료들과 함께 집 뒷뜰 차고에서 서프스티치를 창업할 수 있었던 이유다. 

렉스 페더센 서프스티치 창업자 [출처=시드니모닝헤럴드]

현재 페더센을 4000만달러(455억원)부호로 만든 핵심이 된 이 회사는 지향점이 명확했다. 젊은층이 즐길만한 분야에 집중했다. 유행을 이끌만 한 스포츠 브랜드 제품을 한데모아 싸게 파는 건 기본이었다. 최근 수년 간 한국서 래시가드로 이름을 알린 브랜드도 포함했다. 특히 이 회사는 호주 최대 서핑용품기업 빌라봉(Billabong) 북미지역 전자상거래 사이트 스웰(Swell)을 인수했다. 미국 퀵실버의 유럽 판매망 서프돔(Surfdome)도 사들였다. 레저용품 2대 시장의 온라인 거래망을 장악한 것. 투자자들 인정을 받으며 2014년 안정적인 기업공개(IPO)가 가능했던 배경이다.

이 뿐 아니다. 페더센의 모토는 바다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를 공유하는 것이었다. 꾸준한 수익을 위해 내건 전략이었다. 지난해 세계최대 서핑전문 잡지 스탭(Stab) 등을 인수한 이유다. 해변 날씨정보만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사이트 매직시위드(Magicseaweed)도 서프스티치 품에 안겼다. 이렇게 늘려나간 하위 브랜드는 현재 600개 이상이다.

이처럼 레저 마니아들을 한 플랫폼에 잡아놓기 위한 방법은 적중했다. 월 이용자는 770만명을 넘겼다. 일종의 ‘충성고객’도 600만명 이상이다.

자연스레 실적도 견실하게 따라왔다. 지난해 매출은 1억5000만달러(1708억원)를 기록해 전년대비 30% 증가했다. 세전순이익 또한 577만달러(66억원)를 찍었다. 지금도 김 씨처럼 레저를 즐기는 이용자들은 전 세계에서 서프스티치를 통해 제품을 고르고 있다. 처리되는 물동량은 3초 당 1건이다.

물론 잘 나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서프스티치는 사업 조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페더센은 지난 5월 기업설명회에 나와 “(사업 재편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factism@heraldcorp.com
그래픽. 이해나 인턴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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