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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부동산·파생상품까지…대출동원 공격적 투자
생생코스닥| 2011-01-21 10:35

저금리에 인플레 현상 뚜렷

중산층 ‘레버리지’ 투자 인기


외환거래 등 새 투자처 부상

홍콩·미국 등 해외주식도 관심



#1. 싱가포르 금융중심지인 래플스플레이스에서 음식점을 하는 찰리 왕(가명) 씨는 정부의 저금리기조가 계속되자 더 이상 은행예금을 투자처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지난해 예금의 절반을 찾아 싱가포르국채와 신규 리조트인 RWS(Resort World Sentosa) 주식 등에 투자해 평균 15%의 수익을 올렸다.

#2. 20억원대 자산이 있는 스티븐 수이(가명) 씨는 최근 부동산가격이 치솟자 10억원대 재개발아파트에 투자를 원했지만 현금이 부족했다. 그는 현금은 2억원만 쓰는 대신 자신이 거래하는 프라이빗뱅크(PB)를 통해 연 이자 1.5%로 8억원을 빌려 구입했고, 아파트가격은 3개월 만에 10%가 올랐다. 2억원을 써서 1억원을 번 셈이다.

싱가포르가 아시아의 ‘금융허브’로서의 자존심을 되찾으면서 중산층들이 지갑을 열어 공격적으로 레버리지(지렛대 효과) 투자를 하고 있다.

과거 현금을 중요시했던 싱가포르의 중산층은 금융위기 이후에는 현금비율을 줄이고 부동산과 주식은 물론 해외채권과 파생상품으로까지 투자영역을 확대하는 상황이다.

▶중산층 지갑 열어 베팅=부동산시장 성장에 바탕을 둔 급속한 경제 회복이 중산층의 투자패턴을 바꿨다. 싱가포르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2%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1년 만에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다.

정부가 경제를 살리자 중산층들이 자신감을 갖고 투자상품에 돈을 베팅하면서 시중에는 유동성이 넘친다. 이찬석 삼성자산운용 법인장은 “싱가포르 경제를 이끄는 통화청(MAS)과 도시개발청(URA) 등 경제부처에 대한 중산층들의 신뢰가 매우 높기 때문에 과감한 투자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6월 쌍용건설이 시공해 개장한 초대형 프로젝트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은 싱가포르의 부동산ㆍ주식시장에 남아있던 금융위기의 흔적을 지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카지노와 최고급 명품쇼핑몰 등이 입점한 호텔이 성공리에 문을 열자 주택과 오피스빌딩을 막론한 부동산가격의 상승폭이 커졌다. ‘샌즈효과’에 힘입어 싱가포르증시에 상장된 또다른 카지노 종합리조트인 RWS(종목명 GENTING SINGAPORE PLC)의 주가는 3배 가까이 뛰기도 했다. 

결국 정부가 투기와의 전쟁이라 할 정도로 강도 높은 부동산규제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싱가포르의 중산층은 과거 현금 위주로 자산관리를 했지만 금융위기로부터 회복되면서 부동산과 주식은 물론 파생상품까지 과감하게 투자하며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사진은 싱가포르의 금융 중심부인 마리나베이와 래플스플레이스 지역의 고층빌딩 일대.
▶여유자산, 과감한 분산투자=싱가포르의 중산층에게 여전히 포트폴리오의 가장 큰 부분은 부동산과 현금이다. 부동산과 현금을 합친 핵심자산(Core Part)의 비율을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70%까지 두고 나머지 여유자산(Satellite Part)은 리스크가 높은 상품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실제 최근 싱가포르 중산층 사이에서는 외화표시채권과 외환거래(FX) 마진 등이 수익을 내는 신규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에서 돌발사태가 났을 때 해당 국가의 채권을 저가매수하거나, 달러와 위안화의 교차하는 흐름 속에서 차익을 얻는 사례가 빈번하다.

원대로 KTB투자증권 법인장은 “싱가포르의 중산층은 어릴 때부터 국제경제와 금융환경에 익숙하고, 가정에서 투자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자산 배분과 투자처 발굴에 대한 지식수준이 전반적으로 높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중산층은 싱가포르 증시에만 몰리기보다는 홍콩, 미국, 유럽 등 해외주식에도 관심이 많다. 싱가포르의 선두권 독립PB기업인 ‘알 웰스파트너즈’의 앤토니아 후이(Anthonia Hui) 사장은 “펀드 등의 간접투자상품보다는 몇몇 종목으로 압축된 직접투자상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레버리지 투자 인기=금리가 하락하고 부동산가격과 물가가 상승하는 등 인플레이션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싱가포르 중산층들에게 대출을 통해 투자를 한 뒤 수익을 얻는 레버리지 투자가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싱가포르 중산층은 지인들끼리 한국식 계(契)와 같은 형태의 모임을 만들어 전담 PB를 두고 투자하는 형태가 유행이다. 한국의 자문형 랩어카운트와 투자방식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PB는 이들에게 1~2%의 저리로 대출을 해주고 레버리지 상품을 추천한다. 스티븐 수이 씨는 “하이리스크ㆍ하이리턴(고위험ㆍ고수익) 투자방식이지만 여유자금 중 일부만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대출금으로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진 않다”고 말했다.

‘펀딩앤개핑(Funding&Gapping)’이라 불리는 이 방식은 저금리 자금을 단기로 조달해 중장기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단기 금리와의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낸다.

un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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