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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카드 빼든 이유는
뉴스종합| 2011-01-26 11:27
李대통령 ‘안가’ 발언

정국의 핵으로 재부상


시기부적절론 만만치 않아

제2세종시 우려 목소리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던 개헌 논의가 이명박 대통령의 23일 ‘안가(安家)발언’으로 정국의 핵으로 재부상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삼청동 안가에서 한나라당 지도부와 비공개로 만나 개헌의 당위성을 다시 언급했고, 이를 계기로 친이계 일각에서 물밑 거론되던 개헌의 불씨는 여권의 친이계와 친박계, 야당 등 정치권 전반으로 거세게 옮겨붙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개헌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개헌은 국회의 몫”이라며 발을 빼고 있지만,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원칙론이라는 데 동의하는 정치권은 거의 없다.

이 대통령이 개헌 문제를 다시 거론한 배경과 관련해서는 크게 4가지 정도의 해석이 나온다.

개헌이 역사적 과제라는 당위성을 강조함으로써 정치적 명분 쌓기, 개헌 논의가 더 이상 지체될 경우 아예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시기적 절박함, 개헌 재추진을 통해 최근 내부 분열 조짐을 보이는 친이계 다잡기, 정국 주도권 회복을 통한 레임덕 차단 등이 그것이다.

개헌 당위성과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발언에서도 나온 것처럼 대통령은 정치적 목적을 갖고 개헌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 절대 아니다”면서 “시대가 달라졌는데 수십년 헌법이 변하지 않는 것이 시대정신에 맞냐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이 한나라당의 개헌의총 일정 직전에 나온 것이란 점에서 ‘청와대 주문→당 지도부 정지작업→개헌 대세론 유인’ 등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것이란 관측도 가능하다.

개헌카드의 성사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 주목할 경우 이 대통령이 집권 4년차를 맞아 레임덕을 차단하고 당내 결속을 다지기 위해 개헌을 수단화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대통령의 개헌 발언으로 인해 여권 지도부와 친이계를 중심으로 개헌 불지피기가 다시 진행되고 있지만 개헌이 구체적인 여야 협상테이블에 오르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개헌에 대한 대통령의 역사적 소명의식이 아무리 강해도 개헌특위 구성조차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럴 경우 세종시 수정안 부결로 정치적 타격을 입은 이 대통령이 개헌 추진과 무산 과정을 거치면서 또 한 번 정치력 부재의 오명을 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부인하고 있지만 개헌 논의가 대통령의 입에서 다시 재개된 만큼 개헌 추진 과정에서 혼란이 재연될 경우 정치적 소모전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춘병 기자/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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