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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 동해야’ 졸작 1위가 될 것인가?
엔터테인먼트| 2011-02-08 12:38
KBS1 일일극 ‘웃어라 동해야’는 시청률 30%를 넘보고 있는, TV 프로그램을 통틀어 시청률 1위 프로그램이다. 내용은 한국에서 입양된 미혼모 안나(도지원)에게서 태어난 청년 동해(지창욱)가 한국으로 들어와 새로운 가족과 사랑을 만들며 시련을 딛고 재기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랑 없이 결혼한 김준(강석우)-홍혜숙(정애리) 부부와 가난하지만 소소한 행복을 맛보며 살고 있는 봉이(오지은) 아버지 이강재(임채무) 가족, 두 딸이 집안 좋은 남자와 결혼하기를 바랐던 졸부 변술녀(박해미) 가족 등 다양한 가족 이야기가 드러나 자연스레 사랑과 결혼의 진정한 의미와 책임감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이 드라마는 입양된 재미동포의 시선으로 풀어간다는 점에서 기존 일일극과 차별화하고 있다. 또한 남성형 캔디의 성장기라는 점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드라마가 본받기를 희망하는 가정이 소시민적 삶을 사는 강재 가족이라는 점도 이 드라마가 따스하고 건강한 시선을 지녔다는 점을 방증한다.


하지만 이를 풀어가는 방식은 건강하다고 말할 수 없다. 반목과 질시로 갈등을 증폭시키는 건 훈훈함과는 거리가 멀다. 엿듣기로 갈등의 단서를 파악하는 건 기본이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유치하고 억지스러운 이야기 전개가 잦아지고 있다.

안나의 과거 남자 제임스가 김준 국장이라는 사실은 윤새와(박정아) 동생인 새영(주연)도 엿듣고, 이어 봉이 삼촌인 필재(김유석)도 엿듣고 알게 된다.

윤새와가 과거 6년간 애인이었던 동해와 현재 남편인 김도진(이장우)이라는 이복형제 관계에 끼여 있다는 점과 변술녀가 필재를 사랑하면서 사돈이 삼각관계로 얽히게 되는 데서는 막장적 색채가 느껴진다.

자극적인 갈등요소는 드라마의 흐름상 반드시 필요한 경우라면 허용된다. 하지만 개연성 없이 남발하면 막장 드라마와 다름없다. 특히 윤새와의 악행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동해를 내쫓으려 애쓰고, 안나를 시아버지 김준과 만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술수를 마다않는 윤새와의 악행은 갈등 증폭의 기제로만 이용되는 것 같다.

새와가 왜 거짓말을 밥먹듯 하고, 계속 계략을 꾸미는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생긴다. 캐릭터를 미워해도 이해를 하면서 미워하는 것과 단순히 짜증을 유발하는 캐릭터는 다르다. 

윤새와가 비도덕적 악행을 일삼아야 하는, 내면이 별로 그려지지 않는 단순 악역인데다 그녀의 악행이 계속 반복되는 바람에 그녀에 대한 시청자의 애정이 떠나버렸다. 윤새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한가한 아나운서라는 비아냥도 듣고 있다. 아나운서 일은 별로 하지 않고 남편 회사인 카멜리아호텔을 수시로 들락거리며 사적인 업무만 보는 윤새와는 아나운서 직업에 대해 편견을 심어줄지도 모른다.

‘웃어라 동해야’의 문은아 작가는 전작인 ‘너는 내 운명’에서도 중반까지는 잘 끌고 갔지만 후반 악녀 시어머니 캐릭터 투입, 새벽(윤아) 친모의 급작스러운 등장, 교통사고, 백혈병 등 억지 설정과 뻔한 갈등 남발 등으로 막장 일일 드라마의 효시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웃어라 동해야’에서도 중반 이후 그런 병폐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스토리 구조와 캐릭터 감성의 변화를 좀더 세밀하게 다듬고, 개연성을 가질 수 있도록 전개해야 할 것이다.

시청률이 높으니 이런 부분에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발상을 가지고 있다면 매우 위험하다. 시청률이 높기 때문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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