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 확대가 지하경제를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음성적이던 세원이 양성화되는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고소득자일수록 지하경제를 키우는 역할을 했으며, 복지정책과 이에 따른 국가재정 확대 역시 지하경제 규모를 증가시키데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GDP대비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의 발급 실적은 지하경제 규모에 음(-)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는데, 세원 투명화 지수가 1% 상승하면 지하경제 규모는 약 0.12~0.13%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보고서 작성을 총괄한 안종석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신용카드와 관련해 이 정도의 효과면 경제적으로 상당한 유의미한 영향력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1990년대 지하경제 규모의 감소가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의 영향이 컸다면, 2000년대는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 확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보고서는 “향후 정책에서도 금융시장 활성화와 금융시장에서의 거래 투명성 제고,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 독려를 통한 세원 투명성 제고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도 최근 논란이 가열된 신용카드 소득공제도를 내년에도 유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시 근로자 세 부담 증가로 충격이 굉장히 큰 만큼 신중히 다뤄야 할 부분”이라고 말해 내년에도 일몰이 연장될 것임을 시사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연장되지 않으면 당장 내년부터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현금영수증 등의 소득공제 혜택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또 우리나라에서 지하경제를 만드는 ‘주범’은 고소득층이라는 점도 이번 분석에서 드러난 의미있는 대목이다. 소득이 많을수록 실제 소득보다 적게 정부에 신고하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조세연구원은 추정을 통해 “종합소득 또는 사업소득이 2000만~6000만원인 경우 평균적으로 80%대 초ㆍ중반 수준에서 사업소득을 과세당국에 신고했다”면서 “그 이상의 소득금액 구간에선 소득신고율이 대체로 70%대로 추정됐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2008년 기준 종합소득이 2000만원 미만 인구는 소득 추정액과 실제 신고액이 거의 동일해 평균 소득포착률이 100%로 파악됐다. 소득 2000만원 이하인 경우 세금 부담이 적거나 아예 면제를 받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소득층일수록 ‘유리 지갑’이란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 조세부담 뿐만아니라 사회보험의 부담도 국민의 가처분 소득을 제약한다는 점에서 공식부문을 위축시키고 지하경제의 규모를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직접세 비중이 높을 수록 지하경제 규모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형곤 기자 @kimhg0222> <조현숙 기자 @oreilleneuve>
kimh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