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웅덩이에 빠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수십마리의 ‘산 돼지’, 그 돼지들을 무참하게 밀어버리는 포크레인…. 웅덩이속 돼지들의 절규, 그리고 땅속에 묻힌 뒤에도 밤새 이어진 어린 돼지들의 아우성….
온 국민을 충격 속에 몰아넣은 돼지 생매장이 정부의 살처분 지침과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불법행위임이 드러나면서 시민단체가 정부ㆍ지자체 등을 대상으로 고발을 검토하고 있어 주목된다. 시민단체는 이와함께 관련 법률 개정안 마련에도 나섰다.
특히 110㎏ 돼지 한 마리를 기준으로 30만~50만원에 이르는 보상비를 챙기고 살처분 비용을 아끼기 위해 ‘생매장’을 감행하는 지자체와 업자에 대해서는 살처분 보상금 지급에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구제역ㆍAI 조기종식을 위한 범국민 비상대책위’는 살처분의 문제점과 매몰지 2차 오염 등 문제 및 법적 문제를 다룰 ‘특별팀’을 구성했다고 24일 밝혔다.
비대위 관계자는 “구제역 가축 생매장의 적법성 여부 등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으며, 방역법, 동물보호법 등 관련 법률의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규정을 위반한 생매장이 일어나도록 방조하거나 압박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에 정부가 발표한 ‘구제역 긴급행동지침(SOP)’은 ‘사살, 전살, 타격 등의 방법 중에서 현장에서 사용이 용이하고 신속히 완료할 수 있는 방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살처분시의 준비물 관련 항목에도 에도 전살기, 도살용총, 타격기 등의 장비를 명기하고 있다.
관련법인 동물보호법에도 제11조(동물의 도살방법)에 ‘축산물가공처리법이나 가축전염병예방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동물을 죽이는 경우 가스법이나 전기충격에 의한 도살 등 농림수산식품부령이 정하는 방법을 이용해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명문화돼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살기 등 장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매뉴얼과 법규를 무시한 채 빨리 묻도록 한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농림수산식품부는 “살처분 과정에서 발생한 2차 오염 문제는 지자체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고발을 준비하는 쪽에서는 불법행위를 방조한 정부가 1차 책임이고 지자체와 일부 업주들은 국가적인 구제역 및 2차오염 방지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동영상’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경기도 이천경찰서는 “고발이 들어오기 전에는 수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혀, 시민단체가 실제 고발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한편 지난 23일 오전 ‘구제역 살처분 개선 촉구 기자회견’에서 상영된 동영상은 지난 1월 11일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에서 촬영된 것으로, 총 8분25초 분량의 영상에는 1900두의 돼지가 압사당해 생매장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동영상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록 퍼지면서 누리꾼들의 반응도 뜨거워지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아이디 ‘t-give****’는 “이 영상을 보면서 나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어진다. 동영상을 촬영하신 분의 흐느낌과 돼지들의 절규가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적었다.
아이디 ‘che***’도 “차마 끝까지 볼 수가 없어 4분의 1 정도 보다가 화면창을 닫아버렸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퍼 날라 다른 이들도 실상을 직접 봐야할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김진태ㆍ홍승완ㆍ이태형기자 @vmfhapxpdn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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