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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성인소설 알리바바(193)
라이프| 2011-03-08 16:59
<193>적과의 동침 (30)

글 채희문/그림 유현숙


한 때 저잣거리에 유행하던 ‘유전 무죄, 무전 유죄’라는 말이 있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현대판 홍길동, 대도 조세형이 남긴 말이었던가? 어쨌거나 아직까지는 ‘유전 사랑, 무전 증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니 ‘유전 사랑, 무전 증오’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수긍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를테면 사람은 좋으나 가진 것이 쥐뿔도 없는 총각과, 성질은 더럽지만 부잣집 아들인 총각 중에서 결혼상대자를 택하라고 하면 요즘 처녀들 열에 일곱은 아마도 후자를 택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엎어 치나 메치나, 그 말이 그 말 아니냐는 소리다.

‘유민 제련그룹의 황태자가 아니라면 내 마음이 이토록 약해질 까닭이 없지. 아무렴.’

이를테면 유리는 자동차 보닛 위에 덩그러니 올라앉은 후에야 제정신을 차리게 되었다는 뜻이다. 지금 1미터 전방에서 웃통을 훌훌 벗어던지는 작자는 다름 아닌 유호성이었다. 그가 누구라고? 돈! 한 마디로 딱 잘라 말하면 돈 방석 아니냐.

“호성 씨, 아무래도 우리 냉정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그래요. 이열치열! 뜨거워진 몸은 뜨거운 걸로 식혀야지.”

유호성은 콧방귀만 뀔 뿐이었다. 하긴 블라우스 단추를 풀어가며 먼저 유혹하고, 인적 없는 외양간에 까지 찾아와서 윗도리를 벗은 후에야 잠깐만! 하고 브레이크를 거는 것도 우습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이제야 정신이 번쩍 든 것을 어쩌랴.

유호성은 남자였다. 남자란 자고로 어수룩하기 그지없는 동물 아니던가. 이미 지겟작대기에 불이 붙었으니 이 상황에서는 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대놓고 따귀를 후려치거나 혹은 자지러지게 비명을 지르거나 해야 위기탈출이 가능할 지도 몰랐다. 그러나…

‘500만 원이 원수지, 진주 반지가 원수야.’

유리는 신신당부하던 신희영의 모습을 떠올리며 억지로 마음을 추스릴 수밖에 없었다. 약속도 약속이지만 여기에서 유호성과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되면 LPGA 골프선수로 출세하려는 자신의 야망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마지막 방법은 감정에 호소하는 일 뿐이었다. 그래, 일단 유호성의 야성을 잠재우기 위해서 떡고물은 떼어주자. 오늘은 가슴까지만 허락하는 거야. 그런 후에 구슬려보는 거야. 더 이상은 안 돼.

“호성 씨, 오늘은 거기까지… 응? 거기까지.”

“갑자기 왜 그래? 골프도 홀 안에 공을 넣어야 게임이 종료되는 거 아냐?”

아! 사람의 마음처럼 간사한 것이 또 있을까? 불과 수 초 전만 해도 가슴까지만 허락하리라고 굳게 다짐했던 유리는 그러나 호성이 브래지어를 풀어헤치고 녹두만이나 한 젖꼭지를 입에 물자 또다시 까마득한 벼랑 아래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이걸 어쩌나, 불과 녹두알 하나를 그의 입에 물려주었을 뿐인데 그녀는 사지가 뒤틀리며 신열이 오르는 것만 같았다. 이를테면 온몸이 건강하기 때문이었다.

“아, 미치겠어. 호성 씨는 애인이 무척 많을 거야. 그렇죠?”

그녀는 헛소리를 하듯 중얼거리기 시작했고 유호성은 양쪽 녹두알을 혀와 입술로 번갈아 희롱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아, 아! 그녀가 콧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자 양쪽 옆 칸에서 여물을 먹던 황소들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녀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여물을 먹던 황소의 입에서는 허연 거품과 함께 침이 늘어져 나오고 있었다. 어디 소만 그런가? 유리의 한쪽 젖가슴을 양손으로 움켜쥔 채 녹두알을 물고 있던 호성의 입가에도 어느새 황소처럼 침이 질질 흐르는 중이었다. 그런데…

“엇 뜨거! 엇 뜨거워!”

처음에는 스커트 밑으로 따끈따끈하게만 느껴지던 보닛의 열기가 시간이 흐르자 뜨겁게 달아오른 프라이팬처럼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위에서 호성이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몸을 뒤척이지 못한 탓이었다. 그러나 이미 정신 줄을 놓아버린 유호성에게 그 소리는 가락에 맞추어 추임새를 놓는 것으로만 들려올 뿐이었다. 적벽가나 수궁가 가락을 창으로 뽑을 때에 옆에서 장구를 탁탁 치며 추임새를 넣지 않는다면 어찌 흥이 더해질까. 그러나 뜨겁게 지져대는 불 고문을 계속 참아내기란 어려웠다.

그녀가 유호성을 힘차게 발로 내지른 까닭은 정말로 엉덩이가 뜨거웠기 때문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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