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중대형 매매 ‘백약이 무효’…건설사 탐욕이 낳은 참극?
부동산| 2011-03-11 13:11
부산에서 시작된 부동산 시장의 훈풍을 병풍처럼 가로막는 수도권 악성 미분양을 털어내기 위해 건설사들은 온갖 기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현재는 백약이 무효다.

중대형에 1가구 2세대등 아파트를 쪼개는 것도 이미 준공된 아파트는 불가능하다.

건설업계에서는 통상 준공 후 미분양을 악성 미분양으로 부른다.

토지비와 공사비 지출이 끝난 상황에서도 대금이 회수되지 않아 건설사 경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주택전문 중견 건설사가 대부분 이런 이유로 무너졌다. 그래서 건설사는 약 2년 반의 공사 기간중에 미분양 물량을 해소키 위해 갖가지 마케팅 방안을 도입한다.

건설사들은 금융위기 이후 미분양이 켜켜이 쌓이자 중도금 무이자에다 베란당ㆍ샷시 무료확장과 시공 등 혜택을 제공했다.

이마저 여의치 않자 기존 입주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10%에 할인에 들어갔다고 최근에는 5%추가 할인을 더 얹어주고 있다. 하지만 사정은 나아지기는 커녕 악화일로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 급증을 3가지 요인에서 찾는다. 수도권 외곽의 입지에 수요층이 약한 중대형 아파트를 비싼 가격에, 그것도 한꺼번에 내놓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것. 실제 현재 준공 후 미분양의 절대 다수는 고양시와 용인시의 중대형 아파트가 차지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분양가상한제 도입 전에 어떻게든 비싸게 팔아 보려는 건설사의 탐욕이 낳은 참극이 아니겠느냐”는 거친 평가까지 내놓았다.

문제는 현재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길게는 1년 이상 빈 집으로 남아 있지만, 부동산시장이 철저히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변한 상태라 중대형 아파트의 상품가치가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김규정 부동산114리서치센터 본부장은 “중대형 아파트의 수요가 창출되려면 경기회복에 따른 가계소득의 증가가 수반돼야 하지만 물가 급등과 금리 인상 등 시장을 둘러싼 제반 여건은 우호적이지 않은 편”이라며 “주택경기에 대한 불안 우려가 상존해 있어 중대형 시장의 회복 시기를 점치기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중대형 아파트는 중소형 아파트처럼 전세난에 따른 대체수요가 발생하기 힘들다”며 “더구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의 상당수가 입지나 가격 등에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물량이어서 단기간에 눈에 띄는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다 파격적인 할인정책을 통해 가격 부담을 해소하는 동시에 단기적으로는 전세 임대 물량으로 전환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이 오르지 않는 한 현재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줄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할인을 통해 가격 부담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판매는 못하지만 우선은 상품 측면에서의 활용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전세대책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한 만큼 전세 물량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순식 기자/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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