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일반
국내 원전ㆍ방사성 폐기물 처분...‘대형 악재’
뉴스종합| 2011-03-15 10:38
1, 3호기에 이어 2호기까지.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가 겉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신규 원전을 대거 건설하고, 사용후 핵연료 처리방안을 수립하려던 정부 앞에 대형 악재가 닥쳤다.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26년만에 발생한 대규모 원전 사고다. 이미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원전 건설 반대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여론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원전 정책의 특성상 정부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2008년 8월 확정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신규 원자력 발전소 부지를 확보하는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설비용량을 기준으로 2010년 23.3% 수준인 원자력 발전 비중을 2030년 41%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식경제부, 한국수력원자력은 올 상반기 안에 신규 부지를 결정 짓기 위해 현재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삼척, 영덕, 울진 3개 지역이 경합 중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현지 실사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지만 돌아가는 분위기는 심상찮다. 시민단체의 반발 강도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와 관련해 오는 16일 녹색연합, 에너지정의행동, 환경운동연합 등 여러 시민단체와 원전 건설지역 주민단체가 함께하는 대책회의가 열린다. 원자력 발전소가 이미 지어져 있는 고리, 영덕, 울진 등 지역 주민은 물론 원전 건설 후보 부지의 주민단체도 반대 회의에 동참할 예정이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일본 정부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해 충분히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고, 한국 정부 역시 안전하다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이번 사고로 원자력 안전 신화가 깨졌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현재 한국은 일본이 동일하게 원전 르네상스 정책을 추진해왔는데,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였다.

연내 사용후 핵연료 관리 방안 기본방침을 확정 지으려던 정부 계획도 삐걱거리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앞으로 일본 원전 사고가 어떻게 번져나갈지,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 아직 판단하기에 이르다”라면서 “(국내 사용후 핵연료 관리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일본 원전 사태의 윤곽이 좀더 드러나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용후 핵연료는 원자력 발전 후 나오는 고준위(높은 방사성을 띈) 폐기물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핵연료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덩달아 사용후 핵연료 처분 방안을 공론화해야하는 정부 부담이 커지고 있다. 2009년 7월 경주 중ㆍ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의 지반 강도 문제가 제기되자 사용후 핵연료 관련 공론화가 연기됐던 전례가 있다.

우리나라의 원전 수출 전선에도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은 한국의 원전 수출 전략지로 꼽혔던 터키에서도 반(反) 원전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타네르 이을드즈 터키 에너지ㆍ천연자원부 장관은 악쿠유(Akkuyu) 원전 건설ㆍ운영을 진행할 러시아 측에 원전의 안전 예방조치를 강화해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이 일본과 경합 중인 터키 시노프(Sinop) 원전 사업은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터키 정부는 밝혔다. 하지만 반대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정부는 한국형 원전 수출모델은 문제가 된 후쿠시마 원전의 ‘비등경수로(BWR)’ 방식이 아닌 ‘가압경수로(PWR)’를 채택하고 있어 안전하고 경쟁력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비등경수로는 물론 가압경수로도 건설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진 설계면에선 한국형 모델보다 일본 모델이 수준이 더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만만치 않은 기술 경쟁력을 가진 일본 원전이 이번 대지진을 통해 취약점을 드러낸 것은 한국의 원전 수출 여건에 절대 유리하게 작용히 않는다는 지적이다.

<조현숙 기자 @oreilleneuve>

newe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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