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일퇴를 거듭하는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사태가 1~4호기 중앙제어실 조명 복구로 진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불이 들어오면서 각종 문제점이 더욱 극명히 노출되면서 앞으로 1~2주가 사태 향배를 결정지을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주제어실 일부 기능을 복구하고 나서도 험한 난관이 잇따라 출현했다. 우선 1호기 압력용기 바깥쪽 온도가 약 400℃(23일 오전 0시)로 올라간 사실을 알게 됐다. 설계온도(302℃)를 100℃ 가까이 뛰어넘는 고온이었다. 원자로를 싼 20㎝ 정도 두께의 탄소강 소재 압력용기가 이 정도로 뜨거워졌다는 것은 자칫하면 연료봉이 녹아내릴지도 모른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급하게 소방펌프를 이용해 원자로 노심에 바닷물을 집어넣었고 이 과정에서 격납용기의 압력이 치솟아 냉각수 주입량을 줄였다.
24일에는 3호기 터빈실에서 전선을 깔던 근로자들이 방사선에 노출돼 병원으로 실려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터빈실 지하 1층에 고여 있던 물에 발을 담근 게 문제였는데, 이 물에서는 정상운전 시 원자로 노심의 물보다 농도가 1만 배나 높은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이후 1, 2호기 터빈실에서도 비슷한 물웅덩이가 발견됐다. 이는 1~3호기 원자로에 있는 연료봉이 일부 손상돼 방사성 물질이 다량으로 새어나왔고, 이후 이 물질이 포함된 물이 지진으로 손상된 배관을 통해 터빈실에 흘러 넘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용기의 안쪽과 바깥쪽이 온도나 압력에서 일정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압력용기나 격납용기는 아직 무사한 것으로 추측됐다. 일본 측은 ‘고(高)방사능 물 웅덩이’가 생긴 원인은 일부 손상된 밸브 등을 통해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물이 흘러 넘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한 중앙제어실이나 각종 계측기기가 일부 복구되면서 그동안 보이지 않던 원자로 내부의 상태가 보이면서 이후 복구작업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냉각시스템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남아 있다. 전기장치와 모터의 결합체인 각종 냉각시스템이 지진과 쓰나미로 적지 않게 훼손됐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3호기에선 급한 대로 급수 펌프(한국에선 ‘보충수 펌프’)를 찾아내 조만간 돌릴 수 있을 전망이다. 이 펌프는 평상시라면 원자로 안에 물이 부족할 때 미리급수 탱크에 모아둔 물을 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급한 대로 상황을 호전시킬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원자로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 바닷물을 주입하던 것을 민물로 차츰 바꾸고 있다는 것도 호신호다. 바닷물은 증발하고 나면 남은 소금기가 연료봉에 들러붙어 냉각을 막을 수 있지만 민물은 그럴 염려가 없다. 냉각 펌프를 돌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냉각수도 시간이 지나면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 이 열을 다시 필수냉각계통(ESW)을 통해 바닷물 쪽으로 옮긴 뒤 이를 바다에 배출하는 구조를 완성해야 원자로가 안정된다.
필수냉각계통은 원자로 냉각 펌프보다 더 심하게 손상됐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고치는 데에도 일주일 이상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국내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규슈대학의 구도 가즈히코(工藤和彦) 특임교수(원자력공학)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조가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수증기를 방출하는 것을 막으려면 콘크리트나 강철제 지붕을 덮어 밀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산케이신문이 전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