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쇼팽 들으면 사랑하고픈 난 로맨틱 에고이스트”
라이프| 2011-03-28 10:16
30대 되니 자신 돌아볼 여유 생기고 기본의 중요성 새삼 실감

서울·대구 오가며 강의·연습…언젠간 동생 임동혁과 한무대에



피아니스트 임동민이 2집 앨범을 내고 다음달 30일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에서 공부하고 16살에 쇼팽 청소년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는 2005년 동생 임동혁과 함께 쇼팽 콩쿠르 3위를 하며 한국인으로는 첫 쇼팽 콩쿠르 입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진지하고 성실한 그는 서정적이고 섬세한 연주 스타일로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쇼팽의 녹턴 Op.55 중 2번, 바르카롤(뱃노래) Op.60, 피아노 소나타 3번 Op.58과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연주한다.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레슨과 음반 녹음, 연주회 준비 등으로 바쁜 그를 e-메일 인터뷰로 만났다.

-요즘 일상은,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주중엔 대구 계명대에서 학생을 가르친다. 신입생들이 들어와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퇴근하면 다음달 초 발매 예정인 신보의 녹음, 편집 상태를 확인하고 독주회 연습을 한다. 주말엔 경기도 분당 집으로 와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번 리사이틀 부제를 ‘로맨틱 에고이스트’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획사 회의를 통해서 정한 콘셉트이다. 다른 연주자들은 일정 부분 선배 연주자와 동료 연주자들의 공연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하지만 나는 다르다. 외곬으로 깊이 탐구하는 습관이나 다른 주변 환경과 쉽게 타협하지 않는 특성들을 ‘에고이즘’으로 작명하고 감성적인 측면을 부각해서 ‘로맨틱’이라고 지칭해봤다.

-3년 만의 예술의전당 리사이틀인데, 그때는 20대고 지금은 30대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서정적이고 섬세한 연주로 많은 팬을 거느린 피아니스트 임동민이 3년만에 예술의 전당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20대는 콩쿠르와 대회를 나가느라 자신을 점검하는 시간들이 많지 않았다. 학교에 몸담고 30대로 접어들면서 지금까지 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여유가 생겼다. 어디로 가야 할지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에 따라 변할 수 있게 된 것이 달라진 점이다.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은 김선욱과 조성진 같은 피아니스트들도 도전해 화제를 모았는데, 임동민의 그것은 어떤 다른 색깔을 보여줄까.

▶김선욱이나 조성진의 연주를 직접 들어보진 못했다. 어떻게 다른지는 청중분들이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 피아니즘의 핵심은 자연스런 기교와 테크닉이라고 생각한다. 힘이나 뉘앙스 조절에만 신경을 쓰는 연주들과는 조금 달리 가고 싶다.

-쇼팽 피아노 소나타 3번은 자신이 가장 힘든 작품으로 꼽기도 했는데, 이번 리사이틀에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힘들게 생각하고 여긴 만큼 공부를 제일 많이 한 곡이다. 악장이 바뀔 때마다 변화하는 표정들이 이제는 눈에 들어온다. 그것을 청중과 나누고 싶다.

-자신이 천재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한번도 없다. 소콜로프 같은 천재를 보면 그저 놀라울 뿐이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

▶기본기다. 손이 좋지 않은 학생이 좋은 연주를 해내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교육자로 새롭게 느끼는 보람은 어떤 것인가.

▶내가 갖고 생각하는 우주가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당연한 이치를 매번 명심하고 일깨워진다는 점에 있다.

-교육자로 강단에, 연주자로 무대에 동시에 서고 있는데 레슨과 연주 중 굳이 하나만 꼽으라면 어떤 것을 택할까.

▶연주다.

-동생인 임동혁은 지난해 결혼했다. 혹시 결혼 계획은 없는가.

▶결혼은 할 나이가 되었지만 당분간은 없다. 쇼팽의 음악을 들을 때면 그는 반드시 누군가를 사랑해서 그 애정을 곡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할 때가 많아 “당신은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나”고 묻고 싶어진다.

-동생과 함께하는 연주 무대는 예정에 없는가.

▶아직 계획된 것은 없다. 언젠가는 같이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올해 연주 일정은 어떤 것이 잡혀 있는가.

▶다음달 30일 연주회에 집중하고 아직 다른 연주 계획은 잡고 있지 않다. 기획사에서 리사이틀 지방 공연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윤정현 기자/h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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