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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하금지 비관 후쿠시마 농부 끝내 자살
뉴스종합| 2011-03-29 09:50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누출 사고가 인근 채소 농가의 자살로 비화되고 있다. ‘방사성 먹을거리’ 공포가 확산되면서 정부가 후쿠시마 주변에서 재배되는 농산물과 유제품에 출하금지령을 내리고 섭취 자제를 권고함에 따라 이를 비관한 60대 농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한 지지체 8곳은 방사능 식품 기준치가 너무 높다며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2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스카가와 시의 한 채소 농가에서 24일 오전 60대 남성이 집에서 목을 매 숨진채 발견됐다. 후쿠시마현산 농산물에 대한 ‘섭취 제한’이 내려진 다음날이었다. 경찰은 출하금지로 여파로 생계를 비관한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이 남성이 지진 피해에 낙담했지만 정성으로 기른 양배추에 대한 출하를 목전에 두고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고 전했다. 유족들은 “(아버지는) 원전에 살해당한 것”이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숨진 농부의 가옥은 지진으로 반파됐지만 밭에서 재배하던 양배추 약 7500주는 무사해 수확 직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21일 후쿠시마현 시금치에 대한 출하금지 조치가 내려지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23일 결국 양배추에까지 출하금지가 내려지자 “후쿠시마 농산물은 이제 힘들다”고 크게 낙담했다. 유족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잃은 기분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남성은 30년 전부터 유기농법을 고집해 토지개량과 파종 등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양배추만 10년 가까이 재배해 후쿠시마현내에서는 자라지 않던 고품질의 양배추 생산에도 성공했다. 그는 현내 초등학교에 양배추를 공급한 유일한 농가였다. 그는 “아이들이 먹을 것이기 때문에 더 신경써야 한다”고 말하는 등 학교에 공급하는 농부로서 자부심이 강했다고 전해졌다. 유서는 없었지만 23일까지 꾸준히 쓴 작업일지가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편, 농산물 출하금지로 인한 지역경제 붕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8개 지자체는 28일 정부에 식품 방사능 잠정 기준치가 너무 엄격하다며 완화를 촉구했다.

출하금지령이 내려진 4개현(후쿠시마, 이바라키, 도치기, 군마) 외에도 도쿄, 치바, 사이타마, 가나가와 지사도 가세했다.

이들은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과 렌호 식품안전 담당상을 방문해 식품안전위원회 평가에 근거하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이들은 농산물의 출하·섭취제한과 관련, 기준치를 밑돌았을 경우 해제를 서두르고 제한 방법도 현 단위가 아닌 일부 지역에 한정하는 형태로 바꾸도록 요구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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