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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인치 잡아라”…방송사는 ‘앱’ 전쟁중
엔터테인먼트| 2011-04-12 14:00
지난 3월 미국의 케이블TV 타임워너케이블은 수십 개 채널의 실시간 방송을 볼 수 있는 아이패드 앱(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얼마 전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전면광고를 내고 “TV의 미래는 당신의 손에 있다”는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아이패드를 보유한 타임워너 케이블 가입자들은 집안 내 어디서나 무료로 방송을 보게 됐다. 이제 아이패드가 TV가 된 것이다.

화면 크기 9.7인치, 무게 600g, 두께 8.8mm. 가볍고 편리한 ‘아이패드2’가 TV의 전통적인 기능을 빼앗아오고 있다. TV 시청이 아닌 아이패드 시청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 이제 거실 TV 앞에 둘러앉지 않아도 아이패드만 있으면 방안이나 욕실에서도 TV 시청이 가능해졌다. 이미 미국에서 30만명이 타임워너가 제공하는 앱을 다운로드했고, 전통적인 TV 시청 행태도 급변하고 있다.

미국 3위 케이블채널 케이블비전도 비슷한 앱을 출시했다. 타임워너는 인터넷과 케이블TV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제공 중이지만, 케이블비전은 인터넷 가입 없이 케이블TV만 가입한 고객에게도 이 앱을 제공했다. 케이블비전의 톰 러틀리지 최고운영책임자는 “아이패드에 수십 수백 개의 케이블방송 채널을 공급하면서, 아이패드를 이제 가정의 또 하나의 TV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케이블 채널 ESPN도 독자적으로 자체 앱을 내놓고 방송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타임워너 등 케이블TV의 행보는 미국 방송업계의 패러다임 변화를 방증한다. TV 미디어전쟁은 아이패드로 옮겨가고 있으며, 그 속도 또한 매우 빠르다. 업계는 그동안 PC나 DMB, 스마트폰으로 분화됐던 TV 시청 시간이 더욱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이패드 앱을 놓고 패권 장악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태블릿PC가 또 하나의 TV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업계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가운데, 지난 8일에는 콘텐츠의 아이패드 전송 문제를 놓고 SO(케이블TV)인 타임워너와 PP(방송채널) 바이어콤이 맞고소하기에 이르렀다. 바이어콤 측은 “케이블TV 업체들은 방송채널을 TV에 노출할 권리만 있으며, 아이패드에서 방송하려면 추가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타임워너 측은 케이블방송을 TV에서 보든 아이패드에서 보든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며 맞고소했다. 이 판결은 전세계 방송업계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실시간 방송 시청이 가능한 아이패드 앱 출시가 줄 이을 전망이다.

케이블TV CJ헬로비전은 지난해 말부터 유료(월 5000원)로 ‘티빙’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갤럭시탭과 아이패드에 88개 케이블 채널을 제공하는 것으로, 현재 140만 명 이상이 다운로드받을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는 오는 5월부터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TV를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한다. 스카이라이프의 가입자들은 아이패드에서 무료로 앱을 다운받은 뒤, 100여개 위성방송 채널을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다. 무선인터넷이 깔린 지역이면 전 세계 어디서나 가능한 것도 획기적이다.

스카이라이프의 이몽룡 대표는 “미국에 이어 한국, 일본에서도 아이패드의 실시간 방송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특히 우리의 경우 미국과 달리 방송을 가정 내 TV 화면에 가둬두지 않고, 집 바깥으로 끌어내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각광받는 기술인 만큼 가입자들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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