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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의 ‘왼팔’ 애플 매직을 말하다
라이프| 2011-04-14 11:23
잡스 애플 떠난다해도

‘잡스 DNA’ 열정·디테일…

유기체처럼 생생히 지속

애플 前 수석부사장

삼성 CEO에 보내는

맵고 예리한 메시지도 눈길





지난 2월 스티브 잡스의 생존 6주설이 나오자 애플의 주가는 출렁였고 인터넷은 관련뉴스로 한동안 마비됐다.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은 사실 떠올리기 쉽지 않다.

“만약 잡스가 애플을 떠난다면 애플은 어떻게 될까?”

전 애플 사 수석부사장 제이 엘리엇이 이 질문에 답을 내놨다. “스티브를 대신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의 유산을 이어가는 3인 체제가 스티브를 대신할 수는 있을 것이다.”

왼손잡이인 스티브 잡스가 ‘나의 왼팔’이라고 부르기도 했던 제이 엘리엇이 최근 펴낸 ‘아이리더십’(웅진지식하우스)은 포스트 잡스 시대를 그리는 데 도움을 준다. 그에 따르면 애플은 한 마디로 끄떡없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이식해 놓은 창조적인 조직운영체제인 아이리더십이 제품개발과 인재채용, 조직문화, 브랜딩을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애플을 알려면 스티브 잡스 탐색부터 하는 게 순서다. 엘리엇이 꼽은 스티브와 애플의 힘은 뭐니뭐니해도 열정이다. 스티브의 제품에 대한 열정, 완벽한 제품에 대한 열정은 유별나다. 그 자신 최고의 소비자였던 스티브는 음악에 대한 뜨거운 애정으로 아이팟을 탄생시켰고 편한 휴대폰을 쓰고 싶다는 바람을 스스로 실현했다. 스티브가 “어떤 아이디어, 아니면 바로잡고 싶은 문제”로 불타올라야 한다는 말은 열정이란 말로 바꿀 수 있다.

많은 기업이 창조적인 제품을 만들려고 애쓰면서도 좀처럼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엘리엇에 따르면 디테일의 힘이다. 그런 면에서 스티브는 꼼꼼함의 화신이라 부를 정도로 자잘한 세부 내용에 집중한 것으로 유명하고 에피소드도 많이 남겼다. 디자인에서부터 사용자 인터페이스, 마케팅과 포장, 그리고 제품의 광고 및 판매방식, 매장에 이르기까지 그는 세목을 일일이 챙기고 더 편하고 새로운 방식을 지속적으로 팀원들에게 요구했다. 제품 설명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쉬워야 한다는 믿음과 이를 사용자의 입장에서 느끼고 판단하고 바꾸는 게 애플 마법의 비밀이다.

사실 엘리엇이 들려주는 스티브 잡스의 얘기들은 새삼스러울 게 없을 수도 있다. 이 책의 새로움은 같으면서 다른 데 있다. 스티브 잡스의 기질이 이젠 그를 떠나 아이리더십이란 이름으로 스스로 유기체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스티브의 생체 DNA를 지닌 애플조직 이야기인 셈이다.

이 책이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요소는 한국어판 서문이다. 삼성의 CEO들을 향한 메시지인데 맵고 예리하다.

엘리엇은 삼성 CEO들에게 다음을 명심하라고 말한다. “왜 애플의 제품은 세계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었는가. 왜 다른 브랜드와는 달리 애플은 수많은 마니아를 가질 수 있었는가 하는 이유 말입니다.”

이에 대한 그의 첫 번째 답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전한 통합이다, 안드로이드는 그저 소프트웨어일 뿐이며, 과거 소니가 밀린 것은 사용자들의 니즈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둘째는 한 가지 소프트웨어의 우산 아래 모든 제품을 완전히 통합하는 애플의 제품 생태계다. 엘리엇은 제품개발을 창조하는 것도 어렵지만 정말 효율적인 조직을 창조하고 유지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며 새 시대의 기업은 제품 중심적이어야 하며, 매일 신생기업처럼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면에서 애플은 조직운영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렇다면 엘리엇이 스티브의 가장 위대한 창조물이라고 추켜세우는 아이리더십은 애플에만 고유한 것인가. 다른 조직에도 적용 가능할까. 엘리엇은 아이리더십의 원칙들을 따르면 사업방식과 제품을 개선할 수 있다며 GE에 적용한 성공사례를 제시한다. 마지막장은 엘리엇이 독립해서 어떻게 아이리더십을 실천하며, 스스로 그 강력한 힘을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소개다.

스티브가 늘 강조해온 단순한 것의 가치, 핵심기술에 대한 믿음, 중요하고 의미있는 소수의 프로젝트에의 집중, 팀들 사이의 깊은 협력과 교류, 탁월함을 향한 끊임없는 채찍질, 정직성과 변화할 수 있는 용기 등 아이리더십이 지향하는 태도들은 마치 장엄한 헌장처럼 들린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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