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패션
무채색 단순함, 실용성을 입다
라이프| 2011-04-18 09:57
믹스매치로 복고 재해석 시도

인체 구속않는 자유로움 묘미

아웃도어형 코트·재킷의 물결

원색 활용한 패션아이템 강조






런웨이 위에서 시간은 앞서 간다. 모델들은 다음, 그다음 계절의 거리를 걷고, 관객과 바이어들은 미래를 캐스팅한다.

대한민국 패션의 가까운 미래와 먼 장래를 엿볼 수 있는 ‘양대 행사’인 서울패션위크와 서울패션디자이너협의회(SFAA) 서울컬렉션이 얼마 전 차례로 막을 내렸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서울무역전시장(SETEC)과 크링(Kring)에서 열린 서울패션위크는 중견과 신진 디자이너가 고루 참여하며 일반에 공개된 반면, 지난 12~14일 서울 청담동 플럭서스빌딩에서 열린 SFAA 컬렉션은 국내 1.5세대 디자이너들이 주류를 이루고 이번 회부터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이들이 제시한 트렌드는 닮은 듯 다르고, 상이한 듯 맞닿아 있었다.

▶‘모던 레트로, 심플, 에코’ 제시한 SFAA 서울컬렉션=신장경, 박재원, 오은환 등 디자이너 11명이 사흘에 걸쳐 펼친 SFAA 서울컬렉션은 이전과 달리 일상과 동떨어진 예술적인 디자인 대신 실제로 입고 다닐 만한 옷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점에서 시선을 끌었다.

첫 번째 키워드는 ‘심플’이었다. 컬렉션의 막을 연 신장경 디자이너의 쇼부터 디테일의 절제와 생략, 무채색의 부각 등이 돋보였다. 신 디자이너는 테마부터 ‘It should be simple’로 내걸었다. 과감하게 곡선을 생략함으로써 오히려 여성 신체의 아름다움을 부각시키는 새로운 라인을 추구했다는 것이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뒤를 이은 박재원 디자이너 역시 실버와 검정, 골드가 주종을 이루는 무채색 라인을 선보였다. 특히 패딩은 재봉을 통해 한국적인 문양을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한혜자 디자이너는 모든 작품에서 단추를 배제하고 소재 자체가 주는 드레이프(주름)감에 충실하게 구성했다. 설윤형 디자이너는 단순함을 복잡함, 직선과 곡선을 조화시키는 ‘공존’을 제시했다.

이번 SFAA 컬렉션에서는 모던 레트로, 심플, 에코를 주 경향으로 다양한 변주가 펼쳐졌다. ① 박재원, ② 루비나, ③ ④ ⑤ 박항치, ⑥ ⑦ 설윤형의 의상.

1960~7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옛 스타일을 동시대 흐름에 접목해낸 ‘모던 레트로’도 SFAA를 관통하는 특징이었다. 박동준 디자이너는 ‘오만과 편견’의 여 주인공 엘리자베스 베넷식(式)의 아름다움을 런웨이로 가져왔다. 다양하게 변용된 케이프 스타일과 넓은 칼라, 몸을 따라 흘러내리는 실루엣 등으로 18세기적 감성을 현대화했다. 박항치는 70년대 느낌을 살린 여성복에 주름이나 망토 등 여성복의 요소를 차용한 남성복을 내놨다. 천연 소재에 가죽과 퍼를 혼합해 이어붙이기와 덧대기의 묘미를 보여줬다. 김철웅 디자이너 역시 70년대 패션을 미래적으로 재해석해 눈에 띄었다.

‘에코 프렌들리(환경 친화)’ 역시 키워드였다. 신장경 서울패션디자이너협의회장은 “천연 염색과 전기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는 대신, 소재 자체의 특성을 자연스레 살린 간단명료하고 미니멀한 클린 컷이 많았다”며 “코쿤과 H라인 형태 등 큰 원단 하나를 거의 그대로 살려 인체를 구속하지 않는 자유로운 디자인이 많이 눈에 띄었다”고 설명했다.

▶‘실용성과 믹스매치, 원색의 향연’… 서울패션위크=서울패션위크에서는 아웃도어에 가까운 패션이 일상복으로 들어오는 등 실용성이 강조되는 한편, 소재의 혼용과 톡톡 튀는 디자인이 큰 물결을 이뤘다.

최근 아웃도어 시장의 영토 확장을 의식한 듯 주머니를 많이 단 코트나 재킷이 등장했다. 패딩 조끼를 적극 활용하거나 가방에 등산용 백팩 같은 기능성을 덧붙인 아이템들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남성복은 헐렁한 팬츠와 긴 상의를 매치해 편안하면서도 고전적인 느낌을 주는 디자인이 많았다. 반면 여성복에서는 실크나 시폰 소재를 활용한 얇고 하늘거리는 소재로 여성성을 강조하는 라인이 선보이기도 했다.

설윤형은 빨강과 검정, 슬림한 이너와 박스형 아우터 등의 대비로 강렬한 변주를 보여줬다. 루비나는 가죽과 울을 중심으로 실크, 벨벳 등을 더해 의외성을 줬다.

무채색이 주를 이루는 가을ㆍ겨울 패션에 다양한 원색을 활용한 것도 눈에 띄었다. 붉은 점퍼와 노란 바지, 초록색 코트, 형광색 부츠 등이 런웨이를 누볐다.

소재에서도 털 장식과 가죽 등을 모직에 덧붙이는 등 과감한 믹스매치와 변용이 돋보였다.

임희윤 기자/imi@heraldcorp.com





“웨어러블 스타일로 방향전환…中시장 노크할 것”

신장경 패션디자이너협의회장


“디자이너 부티크는 지금 크나큰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방향 설정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14일 SFAA 서울컬렉션이 열린 청담동 플럭서스빌딩에서 만난 신장경 서울패션디자이너협의회장은 업계 상황부터 직시했다. 지난 2월 취임해 두 달간 컬렉션을 꾸미느라 눈코 뜰 새 없었다는 그는 큰 변화를 준 이번 컬렉션에 대해 만족감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낀다고 했다.

42회째를 맞는 이번 컬렉션은 종전과 달리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는 살롱쇼 형태로 펼쳐졌다. 꽉 들어차야 400명이 입장할까 말까 한 작은 홀. 바이어, 기자단, 패션 관계자들이 보조의자에 옹기종기 모여앉아야 했다. 전체적인 실루엣을 일별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만큼 ‘임장감’은 더해졌다. 객석을 둘러싸고 ‘ㅁ’자로 펼쳐진 런웨이에서 모델들이 워킹을 하니 섬유의 질감이 손에 잡힐 듯했다.

“그동안은 학생들에게 표도 팔고 하면서 보여주기 위한 ‘극장식 쇼쇼쇼’를 했죠. 아트적이었달까요? 이번에는 웨어러블(wearable)한 옷이 눈에 띄게 다수를 차지합니다.” 업계 환경의 큰 변화가 중견 디자이너들을 움직였다는 것. 

재주 많은 패션크리에이터 한상혁이 디렉팅을 맡은 제일모직 남성 캐릭터 브랜드 엠비오(MVIO) 추동 컬렉션. 작업용 앞치마(Apron)를 패션 아이템으로 차용해 겉옷에 세련되게 매치했다.

신 회장은 “고급 외제 의류나 ‘자라’ ‘유니클로’ 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빠르게 시장을 파고들면서 기존 디자이너 부티크가 위기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며 “방향 설정과 판매 형태가 바뀌어야 하고 그런 점이 컬렉션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변화하는 판도 속에 세계 시장 개척을 컬렉션 안팎에서 구체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컬렉션에도 미국과 스페인 TV에서 촬영을 해가는 등 해외 반응이 좋았지만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것.

특히 중국 시장 진출이 남은 과제다. 신 회장은 “제 브랜드로 올 초 중국 광저우의 백화점 매장 세 곳에 입점했다”며 “컬렉션에 중국 매체와 관계자를 컬렉션에 초청하는 데 힘쓰겠다”고 했다. 오는 10월 열릴 ‘2012 S/S 컬렉션’에는 지금보다 규모를 약간 늘리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뜬구름 잡는 쇼가 아닌, 국내외 바이어와 프레스들이 미리 유행정보를 얻어갈 수 있는 진정한 컬렉션으로 거듭나도록 계속해 노력해 가겠습니다.”

임희윤 기자/im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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