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체 대표 등 39명 적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2일 태평양전쟁 강제동원 희생자에 대해 보상금을 받게 해준다며 관련 단체를 설립, 소송 비용으로 15억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상습사기)로 관련 단체 대표인 양모(67) 씨 등 3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양 씨 등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각종 일제 강점기 관련 단체를 설립해 변호인 선임 비용, 유족회 등록비 등의 명목으로 3만여명으로부터 15억원을 받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양 씨 등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피해보상 소송 또는 협상을 한다는 명목으로 모집책을 이용해 단체 회원에게 3만~9만원씩 받아왔다. 모집책은 회비 5만원짜리 회원을 모집할 경우 5000원, 9만원짜리는 2만원의 모집수당을 받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태평양전쟁 강제동원 희생자가 아니더라도 그 시기에 살았거나 대한민국 국적을 가졌다면 누구나 보상이 가능하다고 속여 적극적으로 회원을 가입시켰다. 일부 회원은 명의만 빌려주면 회비를 대납해주고 나중에 보상금이 나올 때 50%씩 나눠 갖는 내용의 계약서를 쓰기도 했다.
양 씨는 회원의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자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상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기 전인 2008년 5월 유족회 대표로 TV뉴스에서 인터뷰를 하는 등 유명세를 이용했다. 심지어 언론 인터뷰에서 “유족에 대한 보상금 신청 대행을 빙자한 사기를 조심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양 씨 등은 자문 변호사를 고용한 것 외에 소송이나 협상을 진행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회원으로부터 받은 회비는 소송인원 모집수당 및 사무실 운영비, 사원 월급 등으로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경찰은 양 씨가 개인적으로 착복한 내역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편취 금액 중 계좌에 남아있는 1억5000만원에 대해 몰수ㆍ보전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태평양전쟁 강제동원 희생자에 대한 보상은 국내법에 의해서만 이뤄진다는 점을 유의해 추가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