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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통령의 대국민 사기극인가, 보호받을 사생활인가
엔터테인먼트| 2011-04-22 09:54
문화대통령의 ‘대국민 사기극’인가, 아니면 예술가의 보호받아야될 사생활인가.

감쪽같은 14년간이었다. 위자료 및 재산분할청구권 소송으로 가수 서태지와 배우 이지아의 결혼 및 이혼 사실이 드러나자 팬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충격과 당혹감에 휩싸였다. 여기엔 90년대 이후 ‘문화대통령’으로 불리며 한국 대중문화사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했던 서태지에 대한 두 가지 시선이 맞서고 공존했다. 거대한 팬덤을 누린 국민적 슈퍼스타의 ‘대국민 사기극’으로 보는 이들에겐 배신감이 앞선다. 반면 철저히 베일에 가렸던 결혼과 이혼마저 “서태지답다”며 “기본적으로는 예술가 개인의 사생활과 자유에 속하는 영역”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대중문화평론가이자 음악기획사 뮤직팜의 강태규 이사는 “결혼과 이혼을 그렇듯 철저하게 숨겨온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며 “사생활은 개인의 권리에 속하는 영역이라는 원칙을 존중한다고 해도 스타는 대중의 사랑을 받아 그 자리에 오른 사람이기 때문에 자기 기준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팬들에게는 알렸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덤까지 지킬 수 있는 비밀이라면 시도해볼만하겠지만 결과적으로 따지자면 마케팅 전략의 관점에서든 팬들에 대한 도의적인 측면에서든 결혼 사실 정도는 박수받으며 공개했어야 되는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랜 시간 비밀을 감추고 산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고통스럽고 불행한 삶 아니겠느냐”며 “측은지심도 든다”고 덧붙였다. 


‘서태지와 아이들’ 멤버였던 양현석, 이주노를 제외하면 연예계에서 서태지와 가장 친한 인사로 꼽히는 전 MBC PD 고재형 예당엔터테인먼트 본부장은 “서태지답다”는 말로 의견을 대신했다. 그는 “나한테도 알리지 않았는지 (보도를 보고서는) 처음에 배신감이 들었다”면서도 “하지만 내가 아는 서태지는 원래 사람의 시선을 싫어하고 사생활 노출을 꺼려한다. 그 사람의 인생이 그렇다”며 서태지라는 예술가 개인의 자유에 속하는 영역임을 분명히 했다. 고 본부장은 MBC 재직시절 서태지의 컴백 무대를 독점해왔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슈퍼스타이자 한 세대의 아이콘으로서 서태지는 어느 정도의 사생활 공개가 요구되는 공인으로서의 위상과 보호받아야 될 자연인이라는 성격이 공존한다”며 “섭섭할 수도 있고 팬들에 대한 배신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도덕적 재단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팬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또 팬들에 대한 부채의식 때문에 결혼사실을 숨겼을 수도 있으며 팬덤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며 “진실은 서태지 본인만 알 것”이라고도 했다.

90년대 서태지에게 열광했던 팬들은 이제 대개 30대 후반에서 40대에 이르는 나이가 됐다. 인터넷과 트위터에 표현된 이들의 반응은 “충격과 당혹”으로 요약되지만 의외로 여진은 길게 가지 않는 분위기다. 대학시절 서태지의 팬이었다는 한 직장인은 “놀랐지만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서태지의 향후 음악 및 연예활동은 어떻게 될까. 고재형 본부장은 “현재 서태지가 과거와 같은 영향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의 음악활동이 위축되리라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강태규 이사는 “서태지는 사회적, 문화적 영향력이 컸지만 조용필같이 전세대를 아우를 만큼 우리 삶 속에 깊이 뿌리박힌 음악은 아니었다고 본다”며 “비단 이번 사건때문이 아니더라도 향후 그의 음악이 발전하리라는데는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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